국제
`코로나 발원지`흔적지우는 中…마윈 앞세워 WHO총장 모국 등에 마스크 수백만장 기부
입력 2020-03-17 11:13  | 수정 2020-03-17 19:37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은 자선단체인 마윈재단을 통해 한국과 일본, 에티오피아, 이탈리아 등에 마스크를 기부 중이다. [출처 = 트위터]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이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오른쪽)의 고향인 에티오피아 등에 마스크 600만개 지원 의사를 밝혔다. [출처 = 트위터]
이달 들어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유럽으로 번지는 새 중국이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55)을 동원해 마스크 원조에 나서는 등 '발원지 흔적 지우기'에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의 고향인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유럽 내 첫 '일대일로'(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증국 중심 경제협력벨트)국가인 이탈리아에 이어 '무역 전쟁' 휴전 중인 미국에 마스크 수백만 개를 보내 '코로나 발원지' 대신 '코로나 퇴치 지원국'으로 이미지 변신을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 정부는 앞서 "중국이 마스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수급을 방해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17일(현지시간) '자선단체'인 마윈재단은 "에티오피아에 마스크 600만 개와 코로나 진단 키트 110만개, 방역복 등 6만벌을 보낼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우선 보내진 물품은 에티오피아를 통해 아프리카 54개국으로 나뉘어져 전달되는 식이다. 아프리카는 중국의 일대일로 중점 전략지다. 특히 에피오피아는 '중국 정부 대변인'과 다를바 없는 발언과 행보를 보여 전세계에서 사퇴 청원이 줄 잇고 있는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모국이다.
한국시간 17일 오전 10시 55분 기준 거브러여수스 총장 사퇴 청원은 48만3655건이 이뤄져 목표치(50만 건)의 96.7%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중국 내 코로나 확산이 심각하던 지난 1월 28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나고는 "시 주석의 과감한 조치를 높이 평가하며 (미국 등) 각 국 정부가 우한 체류 자국 시민을 자국으로 송환하는 것은 과민 반응이니 자제하길 바란다"고 해 공분을 산 인물이다.
중국인들이 전 세계 각지로 퍼지면서 각 국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던 3월 초, 글로벌 사회가 WHO의 '코로나 판데믹(대유행병)'선언을 기다리던 때에도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아직 판데믹 상황까진 아니다. 중국은 전세계 공동체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가 하면 "중국이 아니라 이탈리아·이란·한국이 심각히 우려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13일에는 "유럽이 코로나 진앙지가 됐다"면서 중국 정부의 '코로나 발원지 흔적 지우기'에 힘을 실어줬었다.
한편 마 전 회장은 지난 2일에 일본에 마스크 100만개를 기부했다. 미국CNN에 따르면 그는 중국판 트위터 격인 웨이보 계정에 "지난 6일부터 이란에 마스크 100만개를 보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달 11일 마 전 회장은 유럽에 마스크 180만개와 코로나 진단 키트 10만개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 물품은 이번 주 벨기에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전달된다.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미국에 진단 키트 50만개와 마스크 100만개 지원 의사를 밝혔다. 다만 미국이 받아들일 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출처 = 트위터]
또 마 전 회장은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와 웨이보를 통해 "우리는 판데믹과 싸우는 미국을 돕고싶다"면서 "중국의 빠르고 정확한 진단 기술과 적절한 의료진 대처, 효율적 예방 경험도 전하고 싶다"면서 미국에 진단 키트 50만개와 마스크 100만개 지원 의사를 밝혔다.
마 전 회장이 순수한 의미에서 서로 도우려는 마음을 표했을 수도 있다. 다만 미·중 간 신경전을 감안할 때 마 전 회장의 '코로나 기부'가 미국 내에 받아들여질 지는 확실하지 않다.
최근 코로나 사태를 두고 설전을 벌인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오른쪽) [출처 = AFP]
두 나라는 중국발 코로나 발원지·대응을 둘러싸고 갈수록 갈등을 키우고 있다. 16일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중국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중국 인민의 노력을 통해 세계가 방역 업무에 나서는 데 귀중한 시간을 얻게 됐다"면서 "시진핑 주석의 직접 지휘 아래, 인민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방역 상황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발원지가 아니라 오히려 희생자이며 기여자라는 얘기다. 또 양 정치국원은 미국을 겨냥해 "중국을 먹칠하려는 시도는 전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행동도 중국의 강한 반격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미국 국무부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을 통해 "중국이 코로나19 관련 비난을 미국으로 돌리려고 한다"면서 "지금은 허위 정보와 이상한 루머를 퍼뜨릴 때가 아니라 공동 위협에 맞서 싸울 때"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통계를 왜곡하고 언론을 압박해 시 주석을 위시한 공산당 지도부 체제를 치켜세우고 있다는 비판은 전세계에서 제기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이 사단을 일으킨 것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왔다.
앞서 13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아무런 근거 없이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미국 국무부는 즉시 미국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했었다.
중국 지도부가 중국발 코로나 `흔적 지우기` 작업에 들어가면서 정부를 비판한 주요 인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늑장 대응을 비판 후 행방불명된 런즈창 전 화위안그룹 회장 , 코로나 확산 가능성을 초기에 알렸다가 `가짜뉴스 유포자`로 몰려 결국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한 의사 리원량, 우한에서 정부의 ...
최근 중국 지도부가 중국발 코로나 '흔적 지우기' 작업에 들어가면서 정부를 비판한 주요 인사들이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의 안이한 코로나 대처를 비판한 런즈창(69) 전 화위안그룹 회장 겸 중국 인민정치협의회 베이징 시 위원은 지난 12일 부로 사라져 연락이 닿고 있지 않다. 지난 달 23일 런 전 회장은 미국 웹사이트인 차이나디지털타임스에 글을 올리면서 "새로운 옷을 보여주려는 황제가 있는 게 아니라 벌거벗은 광대가 스스로 황제임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고 시 주석을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앞서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초기에 경고한 의사 리원량(34)이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고 결국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사실이 알려시면서 많은 중국인들이 공산당 지도부에 대해 분노한 바 있다. 이달 리원량의 동료 우한중심병원 응급과 주임 아이펀이 잡지 '인물' 3월호 인터뷰에서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대고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정부의 은폐 정황을 폭로한 것이 중국판 SNS '위챗'에 올라오자 해당 글이 삭제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달 9일에는 우한 현장을 찾아가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대한 정부 대응 실태를 고발해온 변호사 출신 시민 기자 천추스(34)씨가 당국에 의해 알 수 없는 곳에 강제격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사회는 물론 국제 사회가 중국의 언론 탄압 실태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은 "시진칭 주석은 마치 갓난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인민을 우선 돌보는 지도자"로 묘사하며 예찬 중이다. 사진은 우한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발생 40여일만인 지난 달 10일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시 주석. [사진 출처 = 중국 CCTV·미국CNN 영상 캡처]
최근 중국 관영언론은 앞다퉈 '시 주석 영웅 만들기'에 나섰다. 신화통신은 최근 "시 주석은 마치 갓난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a pure heart like a newborn's)으로 인민을 우선 돌보는 지도자"로 묘사하며 예찬한 바 있다. 또 다른 관영매체인 인민일보도 "이번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통해 중국만이 가진 시스템의 우월성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면서 "중국 공산당(CPC)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통치 능력을 지난 정당"이라고 치켜세워왔다.
중국은 또 최근 전문가와 관영언론, 외교부를 내세워 "중국이 코로나19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후베이성을 제외하면 중국 내 추가 확진자는 전부 해외에서 역유입한 사례"라고 강조 중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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