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손 쓸 방법이 없다" 美증시 흑역사, 16일 또 서킷브레이커 발동…1주일 새 3번째
입력 2020-03-16 23:19  | 수정 2020-03-17 05:12
“손 쓸 방법이 없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가 다시 한 번 마비됐다. 지난 주 9일과 12일에 이어 일주일 여 시간 동안 무려 세 번째다. [사진 출처 = CNBC 영상 캡처]

"이제는 시간이 약…손 쓸 방법이 없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가 다시 한 번 마비됐다. 이날 시장 거래가 시작되자 마자 S&P500 지수가 7%넘게 추락하면서 또 다시 서킷 브레이커(1단계)가 발동됐다. 지난 주 9일과 12일에 이어 일주일 여 시간 동안 무려 세 번째다.
15분간 서킷 브레이커 발동 이후 거래가 재개되자 마자 이번에는 S&P 500 지수가 11%선 폭락했다. 여파로 다우존스가 또 다시 수직 낙하하면 2단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는 것 아니냐는 시장 불안감도 나왔다.
일요일인 15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나 기습 인하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사상 최저금리(0.00~0.25%)를 발표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오히려 시장에서는 '상황이 그만큼 안 좋다'는 시그널로 해석된 결과다.
뉴욕 증시가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탓에 사흘이 멀다하고 마비되면서 '뉴 노멀 하락장'을 맞았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 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이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자조섞인 농담이 나올 정도다. 앞서 개장한 유럽 증시도 장 초반 10%내외 폭락세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주요 증시는 21세기 들어 가장 암울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16일 미국 증시에서는 장 초반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가 7%넘게 추락했을 뿐 아니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6%이상 폭락하면서 출발했다. 나스닥 대장주인 애플 주가가 12%이상 떨어졌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중국을 제외한 미국과 서유럽, 한국 등 전세계 매장을 임시 폐쇄하기로 한 데 따른 여파와 더불어 프랑스 반(反)독점 당국이 애플에 11억 유로(약 1조 5085억원) 벌금 부과 결정을 한 소식이 전해진 결과다.
이 밖에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장 초반 17.7%이상 폭락하는 등 금융 주식도 고전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 스탠리, JP모건 주가도 10%이상 급락했다. 앞서 15일 일요일 대형 은행들이 '필요한 곳에 유동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이유로 자사주 매입(buyback)을 중단키로 한 데 따른 여파다. 각 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연달아 '하늘길 봉쇄 조치'를 하면서 델타 항공이 14%이상 떨어지는 등 항공주도 폭락세를 이어갔다. 델타 항공은 '오마하의 투자 현인'이자 대표적 가치 투자자로 알려진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헤서웨이가 최근 주식을 사들인 기업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 관련 연방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 장관. [사진 출처 = CNBC]
16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부무 장관은 미국 증시가 개장 직전부터 서킷 브레이커 가동 가능성을 보이자 CNBC인터뷰를 통해 진화에 나섰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금융권이 시장 침체를 다룰 수 있다"면서 "바이러스 위협이 수그러들면 주식 수요가 급증 할 것이다. 기업들은 유동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고 애플은 고객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간이 약이라고 봤다. 이들은 연준 등 각 국 중앙은행의 기습 '빅스텝 인하'(기준금리 0.5%포인트 이상 인하)와 대규모 양적 완화에 대해 '백약이 무효하다'는 의견을 냈다. 미국 브리클리 투자자문의 피터 부크바 최고 투자책임자는 16일 CNBC인터뷰에서 "이제는 오직 시간만이 약"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연준은 확실히 바주카(bazooka·어깨에 메고 다니는 로켓포)를 쏜 것처럼 돈 다발을 풀었다"면서 "바이러스를 잠재울만큼 하늘에서 떨어질 돈이 더이상 남아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프루덴셜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시장전략가도 "15일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발표한 7000억 달러 규모 양적 완화(QE)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침체를 어느 정도 완충하는 쿠션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긍정적인 정책이지만 금융 시장은 바이러스와 이에 따른 실물 경제 활동 마비 상황에 휘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킷브레이커는 3단계로 이뤄져 있다. 1단계는 S&P 500지수가 7%이상 하락하는 경우 발동돼 15분간 거래가 중지된다. 2단계는 미국 동부시간 오후 3시25분 이전에 해당 지수가 13%이상 급락하는 경우 발동돼 거래가 15분간 중단된다. 3단계는 해당 지수가 20%이상 폭락하는 경우 거래일의 나머지 시간 동안 거래가 중단된다.
서킷 브레이커는 정규장에서 증시 급락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제도다. 지난 1987년 10월19일 미국 다우존스 지수가 22% 급락한 '블랙 먼데이'를 겪으면서 이후 런던·도쿄·홍콩 등 주요 증시가 차례로 무너진 아픈 경험을 토대로 도입됐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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