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위기 후 배당수익률 최고…고배당주 급락장서 빛볼까
입력 2020-03-16 17:39  | 수정 2020-03-16 20:38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한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역설적으로 배당수익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안정적인 배당금이 기대되는 고배당주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16일 DB금융투자가 와이즈에프앤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올해 코스피 연간 현금배당수익률은 13일 종가를 기준으로 2.87%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08년 10월 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했던 2.9% 이후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현금배당수익률은 지난해 배당수익률과 최근 주당배당금(DPS) 증가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권가에서 추산한 수치다. 현금배당수익률은 주가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배당금이 같을 때 주가가 낮을수록 배당수익률은 높아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코스피가 처음 2000선을 돌파했던 2007년 10월 말 무렵 배당수익률은 1.68%에 불과했지만 코스피가 1113까지 추락한 2018년 10월 말엔 2.9%까지 치솟았다. 최근 코스피 현금배당수익률도 코로나19 확산 초창기였던 1월 31일 기준 2.43%였지만 이후 코스피 급락에 따라 2월 말 2.58%에 이어 2.87%까지 높아졌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대폭 인하 등 이어지는 저금리 환경에 초장기 국채인 국고채 30년물이나 50년물 금리마저 1.6% 아래로 내려간 상황에서 오히려 배당수익률이 채권 수익률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파트장은 "현재 코스피는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 1997년 외환위기 시절을 제외하고 항상 머물렀던 후행(Trailing) PBR(주가순자산비율) 0.8 수준 아래로 내려간 지나친 저평가 상황"이라며 "KRX 고배당50 지수로 측정한 고배당주 배당수익률은 5.75%에 달할 정도로 중기적 관점에서 저가 매수하기에 매력적인 영역"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가 13일 종가와 연간 주당배당금 추정치에 근거해 고배당주를 산출한 결과 두산, 대신증권우, 기업은행, 삼양옵틱스, DGB금융지주 등 종목이 두드러졌다. 이들 종목은 지난해 연간 배당수익률 기준으로 상위권에 올랐다. 대신증권우(13.5%), 삼양옵틱스(10.8%), DGB금융지주(8.7%)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고배당주 주가는 전체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잘 견디는 성향을 보였다. 코스피 대비 고배당주의 누적 상대수익률을 금융위기 기간인 2008~2009년 동안 추적한 결과 코스피 누적수익률이 계속 -20~-30% 수준에 머무를 때에도 고배당주의 누적 상대수익률은 -5~10%대에서 등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하방경직성이 존재하는 주당배당금이 담보되는 종목군은 최소한 급락장에서도 배당금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과거보다 나아진 기초체력도 고배당주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코로나19 공포가 전 세계 실물·금융시장을 동시에 침체 국면으로 이끄는 형국이지만 당시에 비해 한국 경제와 기업의 펀더멘털이 강화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기업 이익 훼손은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올 하반기 들어 연간 기업 실적 전망이 회복되는 모습을 일단 지켜보며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범위와 기간마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코로나 팬데믹 선언 이후에도 코스피 EPS(주당순이익)증가율은 32.7%로 소폭 하락에 그치고 있어 추가 하락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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