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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發 금리 전격인하 등 초저금리 장기화 땐 부동산버블 우려"
입력 2020-03-16 10:48 

코로나19 여파로 이번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할 전망인 가운데 향후 초저금리 장기화 시 부동산 버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전격 인하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부동산 시장도 급매물이 잇따라 나오는 등 버블침체 징조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로나19발 글로벌 경제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부동산 시장이 IMF 외환위기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급락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아파트 값이 단기간 폭락한 시기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상대적으로 단기 하락 폭은 작았으나 침체 기간이 더 길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12·16 대책 등 강도높은 정부 규제에 코로나19 영향까지 겹치면서 서울 아파트값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도 당분간 조정기를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지원센터 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집값 하락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국내 실물경기가 위축되고 고용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유동성 장세의 거품 붕괴가 본격화 하면 국내 집값 하락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만큼 크고 길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급등한 강남권이나 재개발·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하락 폭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주간 아파트 시세에서 서울 강남 4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일제히 떨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부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4구 아파트 값이 동반 하락했다. 강남4구가 일제히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3월 22일 이후 약 1년 만에 첫 사례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와 인구구조, 금융시장 등에서 유사점이 많은 일본의 경우 산업구조 요인과 노동공급 요인이 장기불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지만 '잃어버린 20년'은 1991년 4월 자산가격이 폭락하면서 시작, 직접적인 계기는 부동산시장 버블 붕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 버블 당시 일본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부동산대출 총량규제, 지가세(일종의 보유세) 신설, 부동산 감정가 현실화 등을 시행했으나 적절한 시기에 충분한 강도로 부동산시장 버블에 대응하지 못해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실패했다"며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본격적인 장기불황에 들어선다면 부동산 시장 버블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은 경기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최대한 늦추다가 부동산시장 버블이 발생하자 금리를 단기간에 큰 폭 인상, 부동산시장이 충격을 받아 1990년 10월부터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다. 반면 영국은 금리 인상 속도를 적절하게 조절,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킨 바 있다.
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금리정책과 조세정책, 주택공급정책, 거시건전성정책 등을 이용한 정책조합을 통해 최대한 제어하면서 기술혁신 및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적극 나선다면 선진 경제로의 새로운 도약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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