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수년간 적자에도 수십억 성과급"…뿔난 소액주주
입력 2020-03-15 20:07 
약 15% 지분을 가진 회사 경영진은 수년간 적자를 기록하고 신사업 실패를 거듭했는데도 수십억 원대 성과급을 받아 챙겼다. 그런데 그 경영진이 회사 마지막 자산격인 골프장까지 석연찮은 과정으로 매각하려 하자 소액주주들이 뿔이 났다.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진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한프'의 얘기다. 소액주주 권리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져 가는 가운데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 주목받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한프는 지난주 코로나19발 폭락장 속에서도 주당 373원에서 600원까지 오르며 약 61% 수직 상승했다. 한프가 급부상한 것은 실적이 아닌 경영권 분쟁 때문이라는 게 증권업계 중론이다. 한프는 현 경영진인 SL이노베이션스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2016년부터 매년 연결기준 매출은 줄고 영업 적자 폭은 늘고 있다. 매출은 2016년 184억원에서 2018년에는 98억원으로 줄었다. 동기간 영업손실은 37억원에서 157억원으로 상승했다.
한프는 프린터 부품 제조업체로 SL이노베이션스가 인수한 뒤 태양광, 연료전지 등을 신규 테마로 선정했지만 실적 성장에 기여하지는 못했다. 주가는 2016년 8000원대까지 올랐지만 이제는 동전주가 된 신세다. 현 경영진은 제주 골프장 매각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는 소액주주들과 투자사 프리머스IB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표 대결을 예고하고 나섰다.
김종화 프리머스IB 대표는 "한프에 투자한 뒤 손실을 보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에게 경영진 교체에 나서줄 것을 요청받아 대표로 나서게 됐다"며 "무능하고 부도덕한 현 경영진을 대신해 그간의 구조조정 경험으로 한프를 되살려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경영진이 회사에서 수억 원을 빌린 뒤 갚지 않고, 회사는 이를 전액 손실 처리하거나, 사업 성과가 없는데도 성과급을 22억여 원이나 경영진에게 지급하며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또 "소액주주들이 경영진 교체에 나서자 지분 매집을 방해하기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해 주식을 거래가 정지되도록 만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소액주주들이 회사에 반기를 들기 시작하자 이들이 주식을 살 수 없도록 별다른 이유 없이 법원에 회생신청을 넣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프 측은 골프장에 대한 프리머스IB의 우선순위 질권 설정을 막고 채권자들에게 공평한 채무 상환을 위해 매각과 법원에 회생신청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후 매각이 예상보다 단시일 내에 가능하다는 분석에 따라 회생신청을 철회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경영진 교체를 위한 주주총회 안건은 오는 27일 임시주총 안건에 있었지만 회사 측은 5월로 돌연 임시주총일을 변경했다. 김 대표는 "5월이 아닌 이달 말 정기주총에 반드시 안건을 올려 경영진 교체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프 대주주와 경영진의 지분 합은 17% 수준이며, 소액주주와 프리머스는 15%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프 측은 회사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이용해 프리머스IB가 핵심 사업과 재산을 차지하겠다고 나선 격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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