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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선 닷새면 대출되는데…지자체 "두달 걸려도 우리가 심사"
입력 2020-03-13 17:50  | 수정 2020-03-13 20:37
13일 대구시 중구 동산동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가 코로나19 피해 지원금을 신청하러 온 소상공인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 골든타임 놓치는 긴급대출 / 지자체 보증재단 밥그릇 지키기 ◆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코로나19 대출' 보증신청·접수 업무를 은행에 위탁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작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보증심사'를 끝내 지역신보가 계속 담당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병목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기부 관계자는 13일 이번 대책과 관련해 "접수·상담을 은행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속도를 높이면 하루 2600건에 불과하던 심사 건수를 7000건까지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쌓여 있는 대기 물량이 해소되면 2주 후부터는 자금 신청부터 실제 돈을 받는 것까지 최대 2주 이내 이뤄지도록 목표를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부의 이 같은 인식에 대해 당장 자금난이 턱밑까지 차오른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한가한 소리"라는 반응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심화하면 대출 신청도 폭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응이라는 것이다.
핵심은 보증심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데 있다. 하지만 정부는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정부부처 간,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 의견차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가 관리·감독 권한을 쥐고 있는 지역신보의 '존재감' 문제로 보증심사 권한을 은행에 위탁하는 것을 주저하는 가운데 정부부처도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청·접수가 문제가 아니라 보증심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문제"라며 "보증심사도 은행에 맡기면 대출 집행까지 시일을 단축할 수 있다. 실제 은행이 지역신보의 보증 발급을 대신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에서는 지역신보의 보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경영애로자금은 소상공인당 7000만원까지 1.5% 고정금리로 신규 대출이 가능하다. 이 상품은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대출 신청을 한 뒤 지역신보의 보증서 발급을 받아 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한 상품이다.
지역신보 특례보증은 업력 1년 이상, 신용등급 6등급 이상 소상공인에 대해 소상공인당 7000만원 이내로 100%를 전액 보증하는 상품이다. 보증료도 0.8%로 유리하며, 지역신보의 보증 상담과 심사를 통과해 보증서를 발급받으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체계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2차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으면서 소진공의 자금 지원 규모를 종전 200억원 수준에서 1조4200억원으로 70배 가까이 늘렸다. 지역신보 특례보증도 1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10배로 늘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금융 관련 상담 건수는 소진공이 6만9044건, 지역신보가 4만3391건 등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지원 규모도 대폭 늘고 소상공인의 수요도 크게 늘었지만, 정작 업무를 처리해야 할 지역신보는 과부하가 걸리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지역신보 보증심사에만 2개월여가 소요됐다.
이 같은 사태는 정부가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기 전부터 예견됐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달 주무부처인 중기부에 지역신보 보증심사를 은행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과부하 문제를 해결하자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중기부는 보증심사를 은행에 위탁하는 대신 보증심사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으로 과부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고, 보증심사의 은행 위탁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책이 시행되자 병목현상에 대한 소상공인들 불만이 폭발하고 말았다. 이에 중기부도 지역신보의 보증심사를 은행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역신보를 총괄하는 지역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중기부 산하기관이지만, 각 지역신보는 그 지자체가 관리·감독권을 쥐고 있어 중기부는 지자체와 협의해야 했다.
협의는 2주 가까이 진행됐지만 아직까지도 보증심사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역신보의 전산 문제, 은행 보증심사에 대한 신뢰성 문제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실상 배경에는 지역신보의 '조직논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신보 업무의 핵심인 보증심사를 은행에 넘기게 되면 지역신보 인원·조직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자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이 공무원의 '밥그릇 지키기'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최승진 기자 / 최희석 기자 / 한상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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