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반대매매 9배 급증에도…개미는 `공격 매수`
입력 2020-03-13 17:38 
주가 지수 급락으로 '빚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신용 주식 거래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평소 대비 9배에 달하는 반대매매 물량이 13일 개장 시작 시점에 등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미·중 무역분쟁, 한일 갈등 등 굵직한 사건으로 증시가 폭락했던 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치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코스피레버리지ETF, 코스닥레버리지ETF에 연일 개인 자금이 몰리며 손실이 배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 하락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빚 투자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서 이뤄진 반대매매 규모는 9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별로 반대매매 꼬리표를 달고 나온 호가 수치를 집계한 결과다. 지난해 일평균 반대매매 규모가 100억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평소 대비 9배에 달하는 숫자다.
이날 반대매매는 '역대급' 규모다. 1000억원에 육박하는 반대매매가 하루 만에 진행된 것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코스피 1000선이 무너졌던 2008년 10월 말, 미·중 무역분쟁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2018년 10월 말,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갈등이 중첩됐던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신용거래융자 비율은 해당 종목, 대출 기관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우량주는 투자 원금 대비 2.5~3.3배가량 거래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신용 투자 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다. 신용융자 금융사 중 증권사는 증거금 대비 140~170%, 저축은행은 증거금 대비 130~140% 수준의 평가가치가 유지돼야 한다. 이를 유지하지 못하면 신용융자 금융사가 강제로 반대매매에 나서게 된다.

신용융자가 주로 집중된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이 같은 반대매매가 활발히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증거금 부족에 따른 투자자 주식 반대매매가 제법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신용융자 반대매매가 추후 더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조원 넘는 신용융자거래 잔액이 뇌관이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빚을 내 투자한 금액인데,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간다면 오늘과 같은 대규모 반대매매가 연일 집행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 관계자는 "가장 최근 대규모 반대매매가 이뤄졌던 지난해 중순에는 바이오 종목 위주로 신용 거래가 많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전 종목에 걸쳐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와 국제유가 폭락에 따른 주가 급락이 일어나기 직전인 지난 5일 코스피는 2085.26, 코스닥은 650.19였다.
주가지수 대비 2배 수익률을 추종하도록 설계돼 있는 코스피레버리지ETF, 코스닥레버리지ETF는 또 다른 뇌관이다. 개인들은 주가 하락이 본격화된 지난 6일 이후 대표 레버리지ETF 상품인 KODEX레버리지에서 1조1721억원(일별 종가 환산기준), KODEX코스닥레버리지에서 3515억원 등 총 1조5236억원 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레버리지ETF는 현물 거래만으로는 벤치마크 수익률 추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 마감 무렵 선물 거래로 벤치마크와 오차를 조정한다"며 "주가지수가 내려가면 장 막판에 그만큼 더 많은 선물을 팔아야 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더 많은 선물을 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주가지수 급락장에서 레버리지ETF 투자자가 늘어나면 되레 장 마감 무렵 시장에 매물 부담을 늘리는 역설이 나타난다.
특히 레버리지ETF는 주가 급락장에서 손실을 배로 늘릴 뿐만 아니라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수록 손해를 띠는 구조라는 점에서 장기 투자에 부적합하다. 예를 들어 ETF 가치가 1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주가지수가 10% 하락하면 레버리지ETF 가치는 8000원으로 떨어진다. 반대로 주가지수가 다시 올라 원래 주가지수 수준으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레버리지ETF 가치는 8000원에 1.2를 곱한 9600원 수준에 그친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 이 같은 레버리지ETF 손실은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한우람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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