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울 정비구역 34곳 이주절차 미뤄진다
입력 2020-03-13 17:25 
코로나19 여파로 이주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 정비구역 34곳 중 떠나지 않고 남은 세입자 가구에 대한 강제철거가 미뤄질 전망이다. 서울시가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인도집행(강제철거) 시기를 미뤄달라고 법원과 경찰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정비사업 추진이 더 지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중앙지법 및 동부지법·북부지법·서부지법·남부지법 집행사무소에 '인도집행 제한(연기)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시는 "동절기(12~2월) 이후 인도집행 예정(계획)인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장이 증가하고 있다"며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3월 말까지 귀 기관에서 인도집행이 제한(연기)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적시했다.
보통 정비사업에서 인도집행이란 조합원 간 분배가 끝나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착공(공사 시작) 전인 '이주 단계(원주민이 건물 철거 이전에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것)'에서 발생한다. 조합원(땅 주인)은 이주에 적극적이지만, 세입자(임차인)는 생존권 보장을 위해 더러 이주 절차에 응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 또 현금청산자(조합원 지위에 있었지만 조합원 권리를 포기하고 현금으로 청산받은 자) 중 일부도 이주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 이에 조합 측은 명도소송(권리가 없는 자가 부동산을 점유하는 것을 막는 소송)을 하고, 인도집행에 나서게 된다.
당초 서울시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동절기엔 인도집행을 하지 말아줄 것을 법원과 경찰에 요청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자 최소한 3월 말까지 인도집행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이 같은 인도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정비사업은 홍은13구역, 수색13구역 등 총 34곳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서울 정비구역 606곳 중 약 5%가 영향권에 있다. 이주 절차를 진행 중인 한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 취지는 이해되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인도집행을 하지 못해 소위 '알박기(더 높은 금액을 받으려고 버티는 현상)'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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