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로나보다 무서운 성적 하락? 대치동·목동 학원가는 `열공 중`
입력 2020-03-13 16:14  | 수정 2020-04-01 13:46
△지난 11일 오후 대치동 학원 중심가. 학생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의 '라이드' 차량으로 학원 골목이 혼잡하다. [사진 = 서주희 인턴기자]

'대한민국 교육 1번가'로 불리는 대치동·목동 학원가. 지난 11일 오후 10시 학원이 마치는 시간이 되자 100m 남짓한 대로에 가득 늘어선 차량으로 혼잡했다. 학생들을 데리러 학부모들의 이른바 '라이드(ride)' 차량은 학생들을 태우고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학원가 대다수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의식한 듯 커튼을 닫고 있었으나 미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에 휴교령을 내리고 학원가에도 휴원을 권고했지만, 절반 가량의 학원은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학원·교습소 중 36.7%가 휴업에 참여했으나 대치동 관할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24.44%, 목동 학원가가 관할인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이 27.31% 수준으로 가장 저조했다.
철저한 보안, 방역 앞세운 학원들
대치동·목동 학원가는 철저한 보안과 방역을 앞세워 수업을 강행하고 있었다. 지난 11일 찾은 대치동 유명 학원 5곳 중 4곳은 보안을 강화한 모습이었다. 통상 3층 가량을 사용하는 유명 학원들은 평소 출입문을 층별로 개방하지만 대부분 하나의 출입문만 개방하고 있었다. 또 개방된 출입문은 상담실장을 통해 지나갈 수 있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금지됐다. 심지어 일부 학원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당분간 학부모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문구를 크게 붙이고 있었다.

1층에서 15층까지 약100개의 학원이 밀집된 목동 '센트럴 프라자'는 코로나19 관련 방역을 강조한 모습이었다. 층별로 10개 가량의 학원이 있는 이 건물에는 한 층당 평균 5개 이상의 학원이 운영되고 있었다.
특히 일부 학원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구역'이라는 포스터를 걸어둬 눈길을 끌었다. 해당 학원은 공지문을 통해 "위험할 수 있는 이 시기에도 공부할 공간을 찾아 외부를 헤매는 우리 아이들과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난처한 상황에 처한 부모님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 지점을 오픈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또 주기적으로 전문 업체를 통해 방역을 진행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균과 그 외의 27개균 방역이 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 학원은 "마스크 미착용 등원 학생을 위해 KF94 마스크를 비치했다"며 "구성원들 출퇴근시 체온계로 체온을 확인하며 학생들도 체온 체크 후 입실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운영 중인 다수의 학원들은 "마스크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 "손 소독제로 손을 소독 후 입장해주세요" 등의 안내문을 크게 걸어뒀다.
"우리도 자영업자"…울상 짓는 학원들
△양천구 소재의 한 학원. 학원 측은 전문업체를 통해 방역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사진 = 서주희 인턴기자]
대치동·목동 학원가에서 휴원을 하지 않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대다수 학원 관계자들은 무조건 학원을 휴업하기에는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학원 임대료 및 강사 임금 지불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목동 'L' 영어학원 김현주 실장은 "현재 많은 학원들이 나오고 싶은 사람만 나오고 출석하지 않는 원생의 수강료를 받지 않는 '자율등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우리학원은 일주일간 휴원했으며 강사들 월급은 제하지 않고 그대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학원은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이고 영세한 곳이 많다"며 "휴원할 경우 임대료와 관리비는 오롯이 원장의 책임이다"라며 "강사들에게도 무급휴가로 무조건 쉬게 할 수는 없다. 그들도 각 가정의 가장이거나 스스로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이어 "영세학원들은 매우 힘들고 난처한 상황이다"라며 "학원연합회에서 단체로 휴원학원에 대한 보상청원 중이다"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9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한국학원총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진정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학원도 적극적으로 휴원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학원총연합회는 임차료·강사료 지원, 소독제·체온계 등 방역 물품 지원, 대출 시 우대 방안 등을 요청한 바 있다.
또 당시 유 장관과 학원총연합회는 오는 16일부터 학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의견차를 보였다.
"코로나 보단 공부"…답답한 학부모들
△지난 11일 대치동 학원 중심가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대치동·목동 학원가에서는 운영을 재개한 상황이다. [사진 = 서주희 인턴기자]
학부모들은 코로나19를 불안해하면서도 학원 운영을 반기고 있다. 특히 대학 입시가 가까운 고등학생의 학부모들의 경우 대입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에 일부 학원에서는 학교 개학이 연기된 점을 이용해 오전에 특강까지 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십명의 학생들이 한공간에서 강의를 듣는 대형학원의 경우 전면 휴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종로학원, 대성학원, 메가스터디학원, 청솔학원 등 주요 대형학원은 오는 15일까지 휴원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이들은 현강 진도에 맞추어서 온라인 강의와 학습 자료를 통해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학부모들은 학원 측에 운영 재개를 촉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학원에 아이를 안보내는 학부모들은 소수다. 이 가운데 일부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쉬는 동안 다른 아이가 진도 나가는게 싫다며 휴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전체 수강생이 1만명이 넘어가는 대치동 'ㅅ'학원 상담실장 A씨는 "학부모들은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며 "아이들이 집에서 스스로 공부를 잘 안하니 현강 수업이 필요하다고 문의가 들어온다"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서주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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