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단독] 北, 코로나19 지역감염 단서 포착됐다…2월 중순부터 본격화 가능성
입력 2020-03-13 13:02  | 수정 2020-03-13 13:24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1월 9일 공개한 백두산지구 신사동 혁명 전적지 사진. 하얀 모자를 쓴 여성 간부와 이를 듣는 당 선전일꾼·청년들 중 단 한 명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 [사진 = 노동신문]

북한 내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2월 중순께부터 본격화했을 단서가 포착됐다.
북한이 전국 청년·대학생들을 끌어 모아 1월부터 최근까지 진행한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 행사에서 1월 초~2월 10일까지는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다가, 이후 행사에서 본격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북한은 자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제로(0)'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외신들은 북한 내 지역사회 사람 대 사람 감염이 본격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3일 매일경제신문이 확보한 최근 북한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 사진을 보면 전적지 앞에서 설명을 하는 여성 간부와 30여명의 사진 속 당 선전 일꾼과 청년·대학생들이 일제히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 사진은 아직 국내에서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최근 베트남 영문매체인 베트남 인사이더가 자사 뉴스사이트에 올린 것이다.

이 사진 우측 하단에는 북한 국영 통신사인 조선중앙통신 로고가 선명하게 노출돼 있으며, 사진 속에서 하얀색 모자를 쓴 여성 간부가 백두산지구 신사동 혁명 전적지에서 당 선전일꾼과 직장인·대학생 답사대를 상대로 마스크를 쓴 채 설명을 하고 있다.
북한은 매년 이맘 때 전국 단위의 청년동맹 간부와 당 선전 일꾼을 동원해 기간 별로 조직을 나눠 대대적인 백두산지구 답사 선전행사를 진행한다.
베트남 영문매체가 최근 공개한 백두산지구 신사동 혁명 전적지 사진. 하얀 모자를 쓴 여성 간부와 답사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바뀌었다. 이와 관련해 노동신문이 2월 10일 공개한 현장 사진에서도 마스크 착용자는 전무했다는 점에서 북한 지도부가 2월 10일 이후 코로나19 사태의 지역사회 감염에 경각심을...
그런데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지난 1월 9일 공개한 동일한 장소 내 사진을 보면 흰색 모자를 쓰고 전적지를 설명하는 여성 간부와 이를 들으며 메모를 하는 수 십명의 일꾼들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한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뒤 이어 2월 6~10일까지 진행된 답사팀 관련 노동신문 사진에도 마스크를 쓴 일꾼들은 없었다.
지난 1월 9일부터 2월 10일까지 진행된 답사행군 행사에서는 마스크 착용자가 없다가 최근 조선중앙통신 공개 사진에서 마스크 착용이 포착됐다는 점에서 2월 10일 이후 북한 내 코로나19 감염 리스크가 본격화했을 가능성을 유력하게 추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북한보도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는 최근 중국과 접경한 국경경비대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확산돼 최소 200여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지 소식통을 인용한 당시 보도를 보면 북한군 내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사망자가 200여 명에 달하고, 격리 인원이 이의 20배에 육박하는 3700여 명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지난 2월 3일 기준으로 집계된 북한군 내부 통계로, 사망 군인 중 상당수가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등 북한과 중국 접경지에서 근무하는 국경경비대 소속으로 파악된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반면 북한은 코로나19 발원국인 중국과 국경을 직접 맞대고 있음에도 여전히 '코로나19 청정국' 상태를 주장하고 있다.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과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설에 대해 "정부로서는 (현재) 북한 매체에서 확진자나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를 하고 있고, 확진자 발생시 세계보건기구(WHO)에 신고하도록 되어있는 점을 고려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북한 내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여주는 혁명전적지 답사행군 행사는 공교롭게도 중국과 바로 맞대고 있는 백두산지구에서 열리는데다, 중국발 우한폐렴 사태가 본격화한 1월부터 시작됐다. 더구나 대규모 인원이 참가해 5~10일의 단위별 일정 동안 밀첩 접촉 위험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이 행사는 지난해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다녀온 뒤 올해 1월부터 막이 올랐다. 올해 답사행사에 대해 북한은 "800만 청년들이 답사행군에 참여해 혁명전통교양으로 한겨울을 달굴 것"이라고 선전해왔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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