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합당 공천 갈등 위기 비켜갔지만…'김종인 변수' 남았다
입력 2020-03-13 08:09  | 수정 2020-03-20 09:05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논란이 공천관리위원회와 당 지도부 간의 갈등 위기를 가까스로 비껴가는 모습입니다.

당 최고위원회가 공천심사를 마친 지역구 6곳에 대해 재심의를 요청하고,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들 가운데 2곳을 수용하면서 어느 정도 '절충점'을 모색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통합당의 공천 잡음을 지적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게 변수로 남았습니다. 김 전 위원장이 일부 공천 결과에 불만을 직·간접적으로 제기하면서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통합당 공관위는 어제(12일) 당 최고위원회의로부터 공천 재심의 요청이 들어온 6곳 중 2곳(인천 연수을·대구 달서갑)에 대해 경선을 하도록 재의결했습니다.

이곳은 애초 민현주(연수을), 이두아(달서갑) 후보가 단수 추천을 받은 곳이었지만, 경선하도록 결정이 번복된 것입니다.

연수을은 친황(친황교안)으로 분류되는 민경욱 의원의 지역구입니다. 현역인 민 의원을 제치고 민현주 전 의원을 단수 추천한 것을 두고 '유승민계 특혜가 아니냐'는 당 일각의 논란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입니다.

달서갑은 곽대훈 의원의 지역구로, 이두아 전 의원의 단수추천을 놓고 '김형오 사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 전 의원이 18대 비례대표 초선 이후 뚜렷한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았고, 대구 지역에 연고가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공관위가 곽 의원의 컷오프 결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 전 의원의 단수 추천 결정을 거두고 경선을 치르게 함으로써 '사천 논란' 진화에 나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공관위가 재심의 요청을 일부만 받아들인 것은 황교안 대표 등 당 지도부와의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공천 잡음을 최대한 줄이려는 고육지책으로 해석됩니다.

컷오프 인사들이 공천 결과에 반발하면서 황 대표 등 당 지도부에 강한 재심 압박을 가하는 데다 잇따라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만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당 지도부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그동안 제기돼 온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까지 노렸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황 대표가 공개적으로 '공천 잡음'을 거론하며 "공관위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동을 건 이상, 이를 외면함으로써 공관위와 당 지도부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선거판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당 안팎에선 황 대표와 김 위원장 간 공천 갈등이 언제든 다시 나타날 소지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황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공을 들이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일부 공천 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전 대표는 "공천 후유증이 있으면 선대위원장을 맡을 수 없다"고 버티는 상황입니다.

그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도 "공천은 공관위의 권한이니 알아서 할 것이다. 남의 집안일에 내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선대위원장 수락 여부는) 결과만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 대표는 특히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전략 배치된 서울 강남갑과 최홍 전 전 맥쿼리투자자산운용 사장이 우선 추천된 강남을 공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합당이 공천 작업을 마무리 하고 선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간의 공천잡음을 말끔히 해소하고 당이 합심해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황 대표가 다시 한번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은 셈입니다.

이날 공관위가 일부 공천 결과를 뒤집은 것을 계기로 공천 탈락 인사들의 반발이 확산할 우려도 있습니다.

공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막말 논란이 문제가 됐던 민경욱 의원에 대한 공관위의 최초 결정을 바꿈으로써 같은 논란으로 컷오프된 인사들의 잇따른 문제 제기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