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폭락장서 15조 `풀매수`…개미 "나 떨고있니"
입력 2020-03-12 17:40  | 수정 2020-03-12 23:49
코로나19가 팬데믹 국면에 들어서면서 주식시장은 침체 일로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역대급 대량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급락장에서 '저가 매수'를 하고, 이후 반등하면 차익을 챙기려는 개미들의 전략인데 반대매매가 속출하면서 개인투자자 피해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20일 코로나19 국면이 시작된 이후 개인은 코스피에서만 13조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닥에서도 2조558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양대 증시에서 개인이 사들인 주식은 15조원어치가 넘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코로나19 국면이 쉽게 반등할 기미는 보이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사들인 주식이 증권사에 의해 강제로 처분되는 반대매매까지 속출하고 있다. 미수금에 대한 반대매매와 신용거래융자에 대한 반대매매가 모두 증가했다. 반대매매로 나오는 물량이 늘어나면 이 매물이 증시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일평균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 비중은 5.83%를 나타냈다. 코로나19로 증시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1월부터 매달 증가 추세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집행 비중은 지난 2일 올 들어 최대치인 8%를 찍기도 했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주식결제 대금이 부족할 때 증권사가 3거래일(T+2일)간 대금을 대신 지급해주는 것이다. 미수금은 3거래일째 투자자가 돈을 갚지 못할 때 생기는 일종의 외상값이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가진 투자자가 미수거래를 통해 2500만원어치 주식을 사면 3거래일째 증권사에 1500만원을 갚아야 한다. 투자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4거래일째 강제로 투자자의 주식을 팔아버리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최근 본격화된 증시 급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해 차입금을 메꿀 여력이 부족해진 탓으로 분석된다.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반대매매가 이뤄졌다는 것은 강제로 손실을 확정 지은 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미수거래에 대한 반대매매뿐 아니라 신용거래융자에 대한 반대매매도 최근 늘어났다. 신용거래융자에 대한 반대매매 규모를 업계에서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최근 2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이뤄진 반대매매 규모는 평소보다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수거래와 마찬가지로 '빚 투자'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최근 주가 급락 국면에서 10조원을 넘어섰다. 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바라본 투자자들이 고금리로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선 것이다. 신용거래융자 이율은 통상 연 10%에 육박한다.
신용거래융자도 미수거래와 마찬가지로 증권사가 내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폭락장이 이어지면 반대매매가 계속 진행됨과 동시에 손실 회피를 위한 개인투자자들의 투매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주가 폭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남아 있는 10조원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잠재 반대매매 매물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PB는 "이달 들어 증거금이 담보비율 이하로 떨어져 반대매매 집행 대상이 된 계좌가 크게 늘었다"며 "하락장이 계속된다면 현금 흐름이 좋지 못한 계좌를 중심으로 반대매매 계좌가 늘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신용거래 잔액 비중이 높은 기업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디피씨(13.15%), 써니전자(10.58%), 한창제지(10.47%) 등이 신용거래융자 잔액 비중이 높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미코(12.86%), 포비스티앤씨(11.6%), 덱스터(11.53%) 등 순이다.
[홍혜진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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