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00명을 위해 10년간 저단백 햇반 만들다
입력 2020-03-12 14:45 

단백질이 함유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희귀질환자를 위한 '햇반 저단백밥'이 출시 10주년을 맞았다고 CJ제일제당이 12일 밝혔다. 이 제품을 소비하는 환자는 국내 200여명 선으로, 판매로 이윤을 내기 힘든 구조지만 CJ제일제당은 제품을 지속 생산해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의 좋은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햇반 저단백밥은 단백질 함유량을 일반 햇반의 10% 수준으로 낮춘 식품이다. 페닐케톤뇨증(PKU) 등 선천성 대사질환을 앓는 이들을 위해 CJ제일제당이 내놓은 '재능기부형' 제품이다.
PKU는 단백질 대사에 필요한 '페닐알라닌'이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쌓이는 선천성 희귀 질환이다. 신생아 6만 명당 한 명꼴로 이 질환을 갖고 태어나며, 정신지체나 신경학적 이상이 생길 수 있어 평생 페닐알라닌이 포함되지 않은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PKU 환자 140여 명을 포함해 저단백식품을 먹어야 하는 대사질환자들은 국내에 2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J제일제당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직원의 건의로 2009년 3월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8억원 투자와 7개월간의 연구 끝에 독자적 기술과 제조 시설을 구축하고, 그해 10월 햇반 저단백밥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그 후로 10년간 생산된 햇반 저단백밥은 약 150만개에 달한다. 환우 200명 식탁에 햇반 저단백밥이 하루 두 끼 이상 꾸준히 오른 셈이다.

햇반 저단백밥은 일반 햇반과 비교해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이 10배 이상 걸린다. 쌀 도정 후 단백질 분해에 걸리는 시간만 하루가 걸리는 등 추가로 특수 공정 과정들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생산효율이 떨어지는 데다가 생산량도 적어 이윤만을 생각한다면 판매할 수 없다고. 하지만 'CJ제일제당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사내 공감대가 이뤄져 생산을 지속해왔다.
CJ제일제당은 2010년부터 매년 PKU 환아 및 가족 캠프에 햇반 저단백밥을 제공하고 별도 기부금을 전달하는 등 후원활동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신수진 CJ제일제당 햇반혁신팀 부장은 "선천성 대사질환자 환우분들과 그 가족이 보내주시는 감사의 응원이 큰 힘과 보람이 된다"며 "사회에 기여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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