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로나가 메르스·사스·신종플루 이겼다…경제충격 역대 어떤 전염병보다 커
입력 2020-03-12 14:26  | 수정 2020-03-12 15:45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최근 발생한 어떤 전염병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메르스, 사스, 신종플루 때는 충격발생 후 주가와 장기시장금리가 13거래일 이내 직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현재 코로나19는 3월 들어서도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금융시장의 주요 가격변수는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1월 21일~2월말 외국인은 5조4000억원 규모의 국내주식을 순매도했다. 3월 1~9일에도 3조3000억원의 순매도가 이뤄졌다. 반면 채권투자의 경우 외국인은 현물채권 투자를 3조7000억원 확대했다.
통상 외국인 주식투자와 채권투자는 반대로 가는 성향을 보인다. 주식은 실물경제가 흔들리면 가격 하락 우려가 큰 반면, 채권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감염병이 국내외에 빠르게 확산되며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가 소비, 수출, 제조업 밸류체인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을 찾는 외국인관광객 수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피해가 커지며 국내 성장률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과 세계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고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이번 사태의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은은 기업, 가계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투자, 소비 등 실물경제로의 생산유발 효과가 낮아지는 것을 지적하며 시중자금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도하는 미시적 정책 노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근 시중 유동성은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늘며 증가세가 확대됐지만 성장세가 둔화되며 지난해 3분기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017년 4분기 대비 13.1%포인트 상승했다. 민간신용은 금융기관이 가계, 기업 등 민간 부문에 공급한 통화를 의미한다. 해당 증가폭은 금융위기 이후 2010~2017년 중 상승폭인 8.4%포인트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자 국제금융협회(IIF) 조사대상 52개국 중 스웨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신용 공급이 늘었지만 실물경제에의 기여도는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계량모형(VAR) 분석 결과 금융위기 이후 기업신용의 투자로의 파급효과가 뚜렷하지 않고 유의성도 낮았다고 밝혔다. 가계신용의 경우에도 금융위기 이후 소비에 대한 파급효과의 크기와 통계적 유의성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기업신용의 투자 파급 효과가 부진한 원인으로 기업신용이 생산유발효과가 낮은 부동산 부문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을 지적했다. 경제 불확실성 증대로 시설자금보다 운전자금 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 시설자금 대출은 30조원으로 2017년 4분기 43조원 대비 축소된 반면 운전자금 대출은 46조원으로 2017년 4분기 23조원에서 크게 늘었다.
가계신용의 경우 주택관련 대출이 상당부분을 차지한 것이 지적됐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역대 최대 증가폭인 9조3000억원을 기록한 은행 가계대출액 중 주담대 증가액은 7조8000억원에 달한다. 한은은 가계신용 증가가 소비증가로 이어지는 파급경로가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신용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을 야기하지만 주택가격 상승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부의효과'는 통계적 유의성이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구조적 저성장에 코로나19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확대된 민간신용을 투자, 소비 등 실물경제 진작으로 이끌 필요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경로를 통한 실물경제 파급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시중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원활하게 유입되도록 미시적 정책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민근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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