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WHO 사무총장, 팬데믹 선언하면서도…"中 확진자 크게 줄어" 옹호
입력 2020-03-12 12:06 
지난 11일(현지시간)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중국을 제외한(Outside China) 다른 나라에서 지난 2주간 코로나 확진이 13배 늘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공식 선언하면서 최초 발원국가인 중국 상황에 대한 기본적 설명 없이 두둔하는 발언만 내놓아 또 다시 중립성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과도한 친중 성향의 국제기구 수장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12일 매일경제가 WHO가 유튜브에 게재한 약 50분 분량의 기자회견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선언 첫 머리부터 "중국을 제외한(Outside China) 다른 나라에서 지난 2주간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13배 늘고, 확진자 발생국이 3배 증가했다"며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확진 데이터를 팬데믹 선언의 근거를 제시했다.
이는 12만6093명의 글로벌 확진자 중 중국(8만929명)이 64%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리한 계산법으로, 특히 중국의 사망자 데이터(총 3172명)는 전세계 사망자(4630명)의 69%를 차지하고 있어 여전히 WHO가 유의미하게 모니터링해야 하는 국가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11일(현지시간) 팬데믹 선언에 앞서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내용. 그는 "4600만달러를 지원해 준 일본에 감사를 드린다"며 구체적인 기부액까지 공개했다. [사진 = 테드로스 사무총장 트위터]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즈(NYT)는 최근 보도에서 최근 감소한 중국의 확진·사망자 데이터에 대해 "중국 감염자 통계에는 오류가 있거나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중국 정부의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억눌러진 수치마저 향후 코로나19 감염이 다시 증가할 경우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모두발언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중국에 대해 "확진자 수를 크게 줄인 국가"라는 호평만 내놓을 뿐, 전세계 확진·사망 사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상황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밝히지 않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을 비롯해 그와 함께 배석한 마이클 라이언 긴급대응팀장,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신종질병팀장 등 3인은 50분의 기자회견에서 단 한 차례도 일본과 미국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번 팬데믹 선언의 핵심요인으로 미국 내 급속한 지역감염 문제가 자리잡고 있음에도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미국에 대한 언급 없이 전세계가 보다 강화한 조치로 대응해야 한다는 선언적 메시지를 반복했다. 대규모 지역감염이 의심되지만 적극적 진단 테스트에 나서지 않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그는 침묵했다.

현장에 있던 한 외신 기자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잘 대처하고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를 묻자 그는 답변 권한을 자신의 오른쪽에 앉은 마이클 라이언 팀장에게 넘겼다. 라이언 팀장은 특정국 이름을 거명하지 않은 채 "일부 국가들은 지역감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간접적으로 WHO의 염려 입장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 때 한국과 이탈리아, 이란, 일본을 함께 거론하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뒤 일본으로부터 "한국 등과 같은 사례로 취급하지 말라"는 요구를 받은 바 있다.
이후 3일부터 일본은 쏙 빼고 "중국 이 외에 (코로나19 발생의) 80%는 한국, 이란, 이탈리아"라고 수정된 발언을 내놓아 심지어 일본 매체(니혼게이자이 신문)로부터 "WHO 사무총장이 일본 정부의 압력을 받았다"는 비판 보도를 낳기도 했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팬데믹 선언을 하기 전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 정부가 WHO에 기부한 금액을 특정해 올리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서 "일본이 (WHO에) 4600만달러를 지원한 것을 포함해 글로벌 코로나19 대응에 강력한 지지를 하고 있는 점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테드로스 총장이 국제사회에 내놓은 처방의 구체성과 실효성도 논란이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이번 팬데믹 선언의 의미로 "세계에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접근을 권고하는 것이지 예방의 완화를 뜻하는 게 아니다"라는 추상적 발언을 반복했다.
이와 함께 4대 핵심 권고사항으로 "첫째로 준비 그리고 또 준비하라, 둘째로 발견·방어 그리고 치료하라, 셋째로 전염을 줄여라, 넷째로 혁신하고 배워라"라고 말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당면한 코로나19 사태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국가들에 현실과 동떨어진 "혁신하고 배워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지난 2009년 인플루엔자A 창궐 당시 아시아계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의 경우 팬데믹을 선포하며 국제사회에 "각국은 제한된 공중 보건인력과 의료자원을 감염자의 전수 확진과 방역에 소모하지 말고 이를 중증 환자와 비전형적 발병사례 감시·치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손에 잡히는 구체적 권고안을 제시했다.
한편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번 팬데믹 선언을 결정한 WHO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를 묻는 질문조차 자신의 직원들에게 답하게 했다. 라이언 팀장은 "WHO 내부에 팬데믹 선언과 관련한 공식 프로세스는 없다. 또한 수학적 공식도, 알고리듬도 없다. 우리는 수 개월 간 대내외 전문가 의견을 듣고 팬데믹 선언을 결정했다"고 답변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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