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직원 지정해 '콜센터 감염' 막겠다는 정부…실효성은 '글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이 있는 사업장에 대한 감염관리 지침을 내놨지만, 의료계에서는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업장 내 유증상자 업무배제, 감염관리 전담직원 지정 등의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정부가 이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선제조건'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사무실 좌석 간격을 조정해 밀집도를 낮추겠다는 지침에 대해서는 공간을 확보한다고 바이러스 전파가 차단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개인 위생수칙 준수가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또 숨어있는 코로나19 환자를 찾아내기 위해 진단검사를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습니다.

오늘(12일) 의료계는 정부가 콜센터와 같은 사업장의 집단감염 관리 지침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실효성을 갖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다는 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전날 정부는 콜센터 등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일하는 사업장에 대한 감염관리 지침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업장에 감염관리 직원을 지정하고 하루에 두 번 근로자의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을 확인해 유증상 직원의 근무를 막고 재택·유연 근무를 도입하는 한편 출·퇴근 시간과 사무실 내 좌석 간격 조정도 유도할 방침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당 지침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전담직원 지정뿐 아니라 이들이 제대로 '체크리스트'를 수행하는지 모니터링할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관리자가 매일 직원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결과나 마스크 착용 점검 등에 대해 방역전문가에게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며 "시스템이 있어야 실효성이 있지 단순히 권고하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시설 관리자가 체크리스트를 보고하는 앱을 개발하거나 인터넷에 관련 내용을 업로드 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지역 보건소를 중심으로 시설 관리자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궁금한 점을 물어보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집단감염을 막으려면 손 씻기, 기침 예절, 마스크 착용 등 기본 위생수칙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무실에서도 업무 중에는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는 등 기본 위생수칙을 준수하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 역시 시민들이 각자 방역의 책임을 다해달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이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산발적인 집단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지역사회로 코로나19가 확산한 만큼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아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습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제는 지역사회에 '숨겨진' 감염자들을 선제적으로 찾는 게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서울 용산구의 선별진료소를 확대하고, 최근 2주 이내 열이 있거나 기침이 있는 주민은 모두 검사를 받게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지역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큰 그물'을 쳐서 집단감염의 실마리가 될만한 감염자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