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코로나 여파 `강남 아파트`까지…2~3억원 낮춘 급매물만 거래
입력 2020-03-11 17:53  | 수정 2020-03-11 19:31
코로나19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강남의 고가 아파트 급매물이 한두 개씩 팔릴 때마다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정부가 12·16 부동산대책으로 올해 6월 말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하게 해주면서 집을 빨리 팔려고 하는 소유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매수세까지 사라지자 다급히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되지만 워낙 거래가 드물어 과연 이 가격이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강남 아파트 시장은 당분간 '급급매물' 위주로만 팔려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전용면적 84㎡가 지난 2월 21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최고가 26억8000만원보다 5억원 넘게 떨어진 값이다. 드물게 큰 폭으로 떨어진 채 거래돼 주목을 받았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거래는 가족 간 거래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가족 간 거래라도 시가보다 30% 이상(또는 3억원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 시세에 맞춰 증여세를 부담해야 하므로 5억원 낮춰 거래해도 실익이 없다. 이 거래는 집주인이 세금 문제 등으로 싼 가격에 집을 빨리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층수나 입지가 나름대로 괜찮은 물건이었다"며 "집주인이 세금 문제 때문에 빨리 팔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3구에서는 3억원 가까이 매매가격이 떨어진 거래도 속속 눈에 띄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가 지난 2월 25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최고가 28억3000만원보다 3억2000만원 하락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가 1억9000만원 떨어진 23억원에 거래됐고,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2억5000만원 하락한 1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들 아파트는 지어진 지 10년 안팎 된 대단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거래가 끊긴 가운데 대단지의 85㎡ 이하 중소형에서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강남의 초고가 아파트여도 중대형은 여전히 견고한 모습이다. 지난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98㎡는 지난해 10월보다 7억원 오른 47억원에 거래됐다. 워낙 거래가 없다 보니 가끔씩 거래되는 물건이 비싸게 팔리면 전체 가격이 확 오르고, 그 반대면 가격이 내리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이다.
실제 코로나19 우려로 집을 보러 다니기 어려워 부동산 시장은 임시휴업 상태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9598건에서 올해 1월 6267건으로 감소했다가 2월에는 5469건으로 더 줄었다. 2월 거래량은 작년 12월과 비교했을 때 43% 줄어들어 절반을 조금 넘긴 수준이다. 강남3구는 지난해 12월 1150건에서 올해 2월 462건으로 60% 줄어들었다.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각종 대책과 코로나19 여파로 조정기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에서 가구연소득 5분위(1억1582만원)에 해당되는 소위 '부자'도 평균 주택가격 5분위의 초고가 주택(18억339만원)을 사려면 꼬박 15.6년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 즉 5분위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15.6배 나온 것이다. 이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래 최고치로 초고가 아파트가 소득 대비 많이 올랐다는 얘기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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