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신한 이어 NH까지…원유ETN 사상초유 `품절`
입력 2020-03-11 17:33 
원유 상승에 베팅하는 지수상품이 연이어 품절되는 초유의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국내 상장된 원유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의 각 증권사 보유분이 대부분 '제로'가 됐다.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등이 모두 긴급 추가 상장에 나섰지만, 물량이 풀리는 대로 속속 소진되고 있어 유동성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증권사들이 유동성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유 움직임을 정방향으로 추종해야 하는 지수상품이 유가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등락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발행사인 신한금융투자는 오는 16일 이 상품 2000만주를 추가 상장한다. 11일 개장과 함께 500만주를 투입했지만 해당 물량이 개장 20분 만에 다 팔려 신한금융투자 유동성공급자(LP)가 보유한 물량이 또다시 동난 데 따른 것이다.
증권사 LP는 ETN을 일정 규모로 보유하면서 투자자들의 매수가 들어올 때마다 판매한다. 말 그대로 상품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지수상품 특성상 수급에 따라 상품 가격이 멋대로 움직이지 않게끔 시장을 조성할 임무를 띠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 급락과 함께 투자자들의 원유 레버리지 ETN 수요가 급증한 게 탈이 됐다. 신한금융투자 LP 보유분이 마지막 1주까지 다 팔리면서 유동성을 공급할 실탄이 떨어졌다. 신한금융투자가 보유한 물량은 지난 9일 소진됐고, 11일 개장과 동시에 500만주를 순차적으로 공급했지만 대기하고 있던 투자자 수요는 이보다 컸다. 이날 하루 거래량은 전날 대비 241% 급증한 1325만주로 역대 최대다. LP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투자자들끼리 물량을 주고받는 거래만으로 상품 가격이 움직이게 된다. 지수 움직임과 상관없이 매수가 몰리면 ETN 가격이 올라가고, 매도 우위가 되면 가격이 내려가는 식이다.
현재 이 상품의 적정 가치는 주당 3700원 수준이다. 그러나 종가는 4265원이다. LP 매도가 부재한 상황에서 원유 상승을 점치는 투자자가 쏠린 탓에 양의 괴리율을 나타내고 있는데, 결국 현재 이 상품을 매수하는 투자자는 적정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상품을 매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국내 상장된 원유 레버리지 상품의 각 증권사 LP 보유분이 모두 다 떨어지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도 보유한 자사 원유 레버리지 ETN 물량이 다 떨어졌다. NH투자증권은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추가 상장에 나서 신규 물량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상장은 400만주로 18일 이뤄진다. 현재 이 상품도 이론가보다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 삼성증권의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도 모두 LP 보유 물량이 거의 남지 않았다. 이 같은 매수세가 이어진다면 이번주 동날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모두 다음주 중으로 추가 상장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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