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60대 이상 여성의 삶의 질 저하시키는 자궁탈출증
입력 2020-03-11 17:28 

소위 '밑이 빠지는 병'이라고 불리는 골반장기탈출증은 자궁이나 방광 등의 장기가 정상위치를 벗어나 질을 통해 밑으로 처지거나 혹은 질 밖으로 빠져나오는 질환을 의미한다. 그 중 방광이 빠져나오면 방광류, 직장이 빠져나오는 것을 직장류라 하며 자궁이 빠져나오면 자궁탈출증이라고 부른다. 모두 질벽 지지구조인 골반저부 근육과 탄력섬유가 약화되어 생기는 골반장기탈출증으로, 자궁탈출증 절반 이상이 방광류나 직장류를 동반하거나 혹은 방광류와 직장류가 진행되는 와중에 자궁탈출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골반장기탈출증 환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골반장기탈출증 중 가장 대표격인 자궁탈출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2만 1,161명에서 2019년 2만 5,942명으로 9년간 약 22.6% 가량 증가했다. 특히 60대이상 환자의 증가세는 44.9%로 전 연령 증가세의 2배에 달하고 있다.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 김민정 교수는 "자궁탈출증은 생명과 직접 연계된 질환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큰 불편과 고통을 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특히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년층의 삶의 질 유지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자궁탈출증에 대한 조기 발견 및 치료의 중요성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궁은 골반 내에 위치해있는데, 평상시에는 골반과 이어지는 여러 인대조직들이 자궁을 고정해 제 위치에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몇몇 원인으로 인해 인대조직이 늘어나거나 손상되면 자궁이 제 위치에서 벗어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런 상태에서 복부 압력이 증가하면 자궁이 질 입구 주위로 빠져나오는 자궁탈출증이 발생할 수 있다.

자궁탈출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출산과 노화 등이 거론된다. 출산시 태아가 산도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자궁 인대가 늘어나거나 손상되기 쉽다. 노화 또한 인대 조직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전체 환자에서 60대 이상 노년층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76.5%에 달하며, 특히 완전질탈출증의 경우 88.3%에 이른다.
비만이나 변비,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들어올리는 생활습관도 복부 압력을 상승시켜 자궁탈출증을 유발하는 또 다른 위험요인이 된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자궁탈출증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궁탈출증은 초기에는 밑 부분의 가벼운 압박감이나 묵직한 느낌, 질을 통한 하강감 정도의 자각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요실금이나 변실금, 빈뇨와 같은 배변장애 등의 동반질환을 유발해 삶의 질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질환이 더욱 악화될 경우 자궁경부가 질 바깥으로 빠져나오게 되며, 이렇게 노출된 자궁경부가 헐게 되어 혈성분비물이 증가하고 요도나 요관이 꺾이면서 배뇨장애나 신우신염 같은 요로폐색 증상 등 다양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 김민정 교수는 "여러 불편에도 불구하고 수치심으로 인해 불편함을 참고 지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러나 자궁탈출증은 체내 장기가 제 위치에서 벗어난 '질환'인 만큼 증상을 느끼면 빨리 병원을 방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궁탈출증은 진찰을 통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내진을 통해 자궁에서 어떤 부위가 얼마만큼 튀어나왔는지 확인을 하며, 그 정도에 따라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자궁탈출증 증상이 경미하고 탈출 정도가 크지 않을 때에는 대증요법을 통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법을 선택하게 된다. 주로 골반의 기저근육을 강화시키는 케겔 운동이 권장되며, 복압 상승의 원인이 되는 변비나 비만, 혹은 기타 질환 등에 대한 치료를 함께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물리적 치료 요법 외에 '페서리'라는 실리콘 고정장치를 질 내에 삽입, 질로 빠져 나온 장기를 질 내 상방으로 지지하는 보존치료법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근육운동 효과가 떨어지는 노년층이나 증상이 심한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과거에는 질을 통해 자궁을 적출하는 질식 자궁절제술이 주로 시행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궁적출 시 심리적인 부담을 갖는 여성들을 위해 자궁을 지지하는 인대를 보강해 자궁을 보존하는 자궁고정술을 고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자궁고정술은 과거에는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로 시행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빈치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을 통해 조직손상 및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복합적인 수술을 시행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환자들의 신체적 부담이 줄어든다.
일산차병원 부인종양센터 김민정 교수는 "로봇수술을 이용한 최소침습 수술은 환자 몸의 부담이 적어 자궁탈출증 환자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60대 이상들에게도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러나 자궁탈출증은 수술 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높은 질환인 만큼, 수술 이후에도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리는 행동을 줄이고,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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