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안갯속' 한일관계…일본 수출규제 장기화 될 듯
입력 2020-03-11 14:02  | 수정 2020-03-18 14: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일 관계가 더욱 꼬이면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전망입니다.

오늘(10일) 열린 제8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에서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일본이 언제 수출규제를 풀지를 가늠하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제(10일) 오전 10시 각각 외교부와 주일한국대사관 영상회의실에서 제8차 정책대화를 개최했습니다.

회의는 원래 같은 날 오후 6시 끝날 예정이었지만, 종료 예정 시각을 8시간가량 넘긴 다음날 오전 1시 50분에서야 마무리가 됐습니다.


지난해 12월 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제7차 정책대화가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8시 15분쯤 끝난 것보다 훨씬 길어진 것입니다.

회의가 지연되면서 회의 종료 후 진행할 예정이었던 브리핑도 취소됐습니다.

양국은 구체적으로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회의가 길어진 것은 한국과 일본이 입장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일본 측에 수출규제 원상회복을 강하게 요구할 계획이었습니다.

앞서 성윤모 산업장관은 6일 대외경제장관회의 겸 일본 수출규제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사유를 제거함으로써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일본 정부에 지난해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원상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일본 정부가 규제조치의 원상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과 조치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11일) 양국이 배포한 자료에는 일본의 수출규제의 종료시점이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향후 양측은 3개 품목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재래식무기 캐치올, 수출관리 조직·인력보강 등 그간 수출당국이 논의해온 양국 현안 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대화와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국이 발표한 내용만으로 보면 사실상 7차 정책대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론이 나온 셈입니다.

이날 회의에서 전격적인 합의가 이뤄지긴 어렵겠다는 건 이미 어느 정도 예측이 됐습니다.

지난해 11월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직전 대화의 물꼬를 튼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한일 관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다시 격랑 속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5일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14일 대기와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 중단 등 입국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일본의 입국규제를 방역이 아닌 일본 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외교적 성격의 조치'라고 보고 다음 날인 6일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외교부는 9일 0시부터 일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처와 이미 발급된 비자의 효력을 정지했습니다. 또 일본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자신이 쥔 카드 중 하나인 수출규제를 순순히 내놓으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한국으로서는 일본이 수출규제의 이유로 삼은 사항을 모두 개선한 만큼 일본 측에 원상회복을 계속 압박할 명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조치로 단행됐고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쳐 단단히 꼬인 매듭을 어떻게 풀지 난감한 상황입니다.

만약 더 이상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워질 경우 일단 보류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다시 진행하는 등 보다 강경한 수단을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대화와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며 "정부는 현안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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