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재판서도 '존엄사' 인정

【 앵커멘트 】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존엄사, 즉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법원은 특히 이번 판결을 통해 존엄사 요건을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김경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 법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77살 김 모 할머니에게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서울고법 민사9부는 특히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엄사가 인정되는 근거로 봤습니다.

다만, 무분별한 생명 단축이 허용될 수는 없는 것이므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요건이 충족될 때에만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즉, 환자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하고 환자 자신에게 치료를 중단하겠다는 진지하고 합리적인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또,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치료나 일상적인 진료는 멈출 수 없으며, 치료 중단이 반드시 의사에 의해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측 변호인은 일부 만족을 표시하며, 병원과 상의해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박형욱 / 병원 측 변호인
- "이번 판결 선고에서 사전 의료 지시서와 같은 부분이 언급된 것을 볼 때 저희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졌다고 생각됩니다."

김 모 할머니는 지난해 2월 세브란스병원에서 폐암 조직검사를 받던 중 저산소증에 의한 뇌손상을 당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습니다.

▶ 스탠딩 : 김경기 / 기자
- "이번 항소심 판결은 특히 1심에서 밝힌 존엄사에 대한 요건을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대법원으로까지 이어질지 병원 측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경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