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동전株` 산 무명의 美투자사, 알고보니…
입력 2020-03-10 17:57  | 수정 2020-03-11 04:01
사모펀드(PEF)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대성엘텍 지분을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로 대거 처분했다. 매각을 앞두고 대주주 지분율을 낮추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지분 매수자인 '폭스캐피털'에 주목하고 있다. 폭스캐피털은 국내 투자자뿐 아니라 외국계 증권사에도 생소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운용 중인 두 개 펀드(스틱프라이빗에쿼티펀드Ⅲ·스틱샤리아프라이빗에쿼티펀드Ⅲ)의 대성엘텍 지분율을 55.92%에서 45.51%로 줄였다고 밝혔다. 매각 규모는 총 96억원 수준이다. 스틱이 블록딜에 나선 건 지분 조정 차원으로 보인다. 매각을 앞두고 대주주 지분율을 낮춰 인수 매력을 높이려 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엔 평택 공장용지와 서울 가산동 사옥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두 유형자산 가치를 70억원가량 끌어올리기도 했다.
대성엘텍 지분 10.41%를 사들인 곳은 폭스캐피털(Fox Capital Ltd)이었다. 매일경제신문 취재 결과 해당 법인 실제 주체는 '미국 율리시스캐피털(Ulysses Capital)'인 것으로 확인됐다. 율리시스캐피털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헤지 펀드로 약 2조원 규모 운용자산을 굴리고 있다. 한국 시장에선 투자자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블록체인 프로젝트 퀸비컴버니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지난해엔 뷰티 블록체인 업체 코스모체인에도 자금을 넣은 바 있다. 현재 국내에서 1000억~2000억원 안팎의 포지션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는 "자신들 포지션을 밝히는 걸 원하지 않는 외국 기관들은 여러 개 계정을 활용해 지분을 사고판다"며 "단순 공시만 보고 관련된 거래를 오롯이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율리시스캐피털은 전일 종가 대비 약 11% 할인율을 적용해 대성엘텍 지분을 매입했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외국 기관투자가가 적지 않은 지분을 취득한 것은 향후 주가 흐름에 우호적인 대목"이라고 말했다. 율리시스캐피털 관계자는 이번 투자에 대해 "공식적으로 말할 게 없다"고 답했다.
최근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대성엘텍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딜로이트안진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했다. 대성엘텍은 차량용 오디오와 비디오, 내비게이션 제조 업체로 2013년 스틱에서 자금 수혈을 받았다. 이듬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으나 근래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초부터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2897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은 35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규모는 15% 커졌으나 영업손실도 25%가량 늘어났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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