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우리·MBK 동맹 "푸르덴셜 잡자"…KB와 승부
입력 2020-03-10 17:14  | 수정 2020-03-20 09:03
오는 19일 본입찰을 앞두고 있는 푸르덴셜생명 매각전에 우리금융지주가 참여를 선언했다. 예비입찰에서 적격 인수 후보 중 하나가 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인수작업에 나서는 것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해 MBK파트너스와 구체적인 조건을 협의 중에 있다.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나왔을 때 KB금융지주와 함께 우리금융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우리금융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는데 실제로 실행에 나선 것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롯데카드 인수전 때도 MBK파트너스와 협력했다. MBK는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3810억원에 인수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MBK와 우리은행은 각각 60%와 20%의 지분을 나눠가졌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은 MBK에 7000억원 상당의 인수금융을 주선하기도 했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컨소시엄 구성이 예상된다. 우리금융이 자회사인 우리은행을 통해 인수금융을 제공하고, 또 은행 자체 자금으로 지분 투자를 하는 형태다. 현재 푸르덴셜생명의 매각가격은 2조원에서 3조원까지 점쳐지고 있다.
우리금융의 참여로 KB금융도 잔뜩 긴장하고 나섰다. 현재 푸르덴셜생명의 적격 인수 후보는 KB금융을 포함해 MBK파트너스와 IMM프라이빗에쿼티, 한앤컴퍼니 등 4곳이다. 이 가운데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KB금융과 MBK다.
KB금융은 KB생명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자산 기준 업계 17위권에 그룹 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안 될 정도로 미미하다. 이 때문에 대형 생보사 인수·합병(M&A)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 왔다. 특히 지난해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인수를 계기로 KB금융이 지켰던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은 것도 KB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양궁 게임이라고 하면 10발 중 남은 한 발을 확실하게 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며 "생명보험 분야를 더 보완해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여망이 있다"고 생보사 인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금융도 비은행 부문 강화 차원에서 푸르덴셜생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지주 출범과 함께 자산운용사 2곳과 부동산신탁사 1곳, 롯데카드 지분 20% 등을 사들인 우리금융은 올해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지만 보험사 매물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접근한다는 각오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최근 "캐피털이나 저축은행 등 중소형 M&A뿐만 아니라 증권이나 보험 등 그룹의 수익성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 확대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푸르덴셜생명 매각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의외의 반전도 예상된다. KB금융은 그동안 "적정한 가격"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메트라이프나 동양생명 등도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인수를 위해 올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또한 무리한 조건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작다.
[이승훈 기자 /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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