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제에도 '마스크 구하기 전쟁'…지하철 역사서 1장당 4400원꼴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틀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구매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공적 판매처인 약국에서는 100여명이 빗속에서 한 시간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반면 지하철역사 등 일반 상점에서는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오늘(10일) 경기도에 위치한 한 약국 앞에는 오전 7시 반부터 대기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약국 개점시간은 오전 8시 30분이지만, 마스크 구매 번호표를 얻기 위해 1시간 전부터 100여명이 빗속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렸습니다. 약국이 문을 열자 관계자는 대기번호가 적힌 종이를 순서대로 나눠줬습니다. 오전 8시쯤 약국에 도착한 시민들은 결국 번호표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약국 관계자는 "마스크 구매 5부제가 시행된 전날부터 번호표를 준비해 나눠주고 있다"며 "마스크는 오후 1시 이후에 배송이 되면 찾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우체국과 하나로마트, 약국 등 공적 판매처에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출생연도 끝자리는 `2`와 `7`입니다.

소형 약국은 번호표도 준비하지 못한 채 마스크 구매 가능 여부를 묻는 시민들에게 "정확한 시간을 모른다"며 일일이 답변을 해야했습니다. 인근 소형 약국 관계자는 "대형약국은 번호표라도 나눠주지만 약사 혼자 근무하는 소형 약국은 앵무새 답변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마스크 구매 번호표를 받았더라도 구매 가능 여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번호표를 받은 1인당 마스크를 몇 개 가량 구매할지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적 마스크는 일주일에 1인당 2장을 구매할 수 있지만, 만 10세 이하 어린이나 만 80세 이상 노인 몫도 대리 구매가 가능합니다. 실제 이날 마스크 번호표 1개를 수령한 48살 A 씨는 "오후 1시 이후에 부모님 것도 함께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적 마스크 물량은 약국의 경우 1개 점포당 100여개입니다.


오전에 마스크 구매가 어려운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약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마스크가 아직 입고되지 않아 허탕을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근무하는 29살 B 씨는 "점심식사도 거르고 직장 인근 약국 3곳을 돌았으나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운이 좋으면 퇴근시간인 오후 6시께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적 마스크마저 대란을 겪으며 시민들은 일반 유통채널로 향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러나 공적 판매처로 물량이 몰리면서 편의점과 상점 등에는 마스크가 몇일째 아예 입고되지 않거나 가격이 오른 상태입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공적 판매처 판매 비율이 50%였을 때에도 마스크 입고량이 평년대비 25% 수준으로 줄었는데, 비율이 상향되면서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전국 하루 평균 마스크 제조랑(1000만장)의 공적 판매 비율을 50%에서 80%로 상향했습니다. 실제 이날 한 지하철역사 상점에서는 KF94 마스크 5매를 2만2000원에 판매했습니다. 마스크 1장당 가격은 4400원꼴로, 공적 마스크(1500원)보다 3배 가량 비쌉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마스크 가격이 폭등할 시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