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로나19에 "사면 요구"…이탈리아 교도소서 폭동 '7명 사망'
입력 2020-03-10 09:22  | 수정 2020-03-17 10: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정부의 면회 금지 방침 등에 반발해 발생한 이탈리아 교도소 폭동 사태가 이틀째 이어졌습니다.

사망자가 다수 보고된 가운데 현지시간으로 어제(9일) 일부 교도소에서 탈옥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남부 도시 포자 교도소에서 이날 오전 폭동이 일어나 수용자 20여명이 교도소 철문을 부수고 외부로 빠져나갔습니다.

애초 50여명이 탈옥했으나 30여명은 경찰에 다시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해당 지역 상점의 문을 닫도록 권고하고 탈옥자 수색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부 모데나 교도소에서도 일부 탈옥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교도소에선 폭동 진압 과정에서 수용자들과의 충돌로 교도관 2명이 부상당했습니다.


수도 로마시내 교도소 등에선 폭동 여파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바티칸 시국 아래 테베레강변에 있는 레지나 코엘리 교도소와 동부 외곽의 레비비아 교도소에서 불기둥이 치솟아 소방당국이 긴급 출동하는 등 소동을 빚었습니다.

중부 피렌체 북쪽 프라토 교도소와 모데나 교도소에서도 일부 수용자가 감방 등의 시설을 방화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밀라노 산바토레 교도소도 수용자들의 폭력 사태로 얼룩졌습니다. 이들은 매트리스를 불태우고 의무실을 공격했다고 통신은 전했습니다.

산바토레 교도소의 수용자 여러 명이 교도소 지붕에 올라가 '자유'를 외치는가 하면 일부 수용자는 '사면'(indulto)을 뜻하는 글자를 새기기도 했습니다.


이번 폭동 사태 과정에서 모데나 교도소를 중심으로 총 7명이 사망한 것으로 교정당국은 집계했습니다.

사망자 대부분은 폭동 와중에 교도소 내 의무실에서 훔친 향정신성 약물을 과다 복용해 숨진 것으로 교정당국은 파악했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해당 약물이 헤로인 중독 치료에 쓰이는 '메타돈'이라는 합성 진통제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중독성이 있으며, 한꺼번에 기준치 이상으로 과다 복용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사망자 가운데 한 명은 매트리스 등을 태울 때 나온 유독가스를 다량 흡입해 숨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날 하루 폭동이 발생한 교도소는 전국 22개에 달합니다. 전날 모데나·파도바·프로시노네·나폴리 교도소 등에서 최초 발생한 폭력 사태가 여러 교도소로 번진 것입니다.

수용자들 가족들도 교도소 밖에서 시위하는 등 저항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콜로나19 확산을 막고자 교도소 내 가족 면회를 금지하고 일일 외출자 수를 제한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현지 수형자 인권단체는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대책을 일부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과밀 현상이 심각한 교도소 내 수형자들 사이에 코로나19 유입에 대한 두려움이 큰 상황에서 가족들과의 면회마저 금지할 경우 분노와 반발심이 폭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권단체 안티고네 관계자는 "교도소는 바이러스가 한번 유입되면 심각하게 퍼질 수 있는 환경"이라며 "수용자들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ANSA 통신에 따르면 실제 일부 수용자들은 폭동 상황에서 코로나19 유입을 우려해 사면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는 유럽 내에서도 교도소 과밀로 악명 높은 국가입니다.

이탈리아 전체 교도소 수용 정원은 5만931명인데 현재 수감된 인원은 6만1천230명에 달합니다. 평균적으로 20% 정원 초과 상태이며 일부 교도소는 정원의 180%에 이를 정도로 과밀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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