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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국채금리 장중 첫 0%대…"금융위기후 가장 빠른 속도"
입력 2020-03-09 17:34  | 수정 2020-03-10 20:56
◆ 코로나 공포 ◆
우리나라에서도더 이상 제로금리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국고채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제로금리대에 진입했다. 비록 장중이긴 하지만 채권 금리가 0%대를 기록하자 구조적인 경기 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개장 직후 연0.998%에 거래됐다. 국고채 금리가1%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사상 최초다. 3년물 금리는 곧 소폭 반등해 전 거래일 대비 4bp(1bp=0.01%포인트) 하락한 연 1.038%에 마감했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대가 붕괴
된 것은 여느 때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금리는 전 만기 구간에 걸쳐 급락했다. 5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5.5bp하락한 연 1.127%, 10년물 금리는 8.4bp 하락한 연 1.286%에 마감했다.
이날 국고채 금리 급락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난 6일 미국 국채 금리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1% 밑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심화한 결과다. 주말 사이 안전자산 선호 일변도 심리를 돌릴 수 있는 이벤트가 나타나지 않음에 따라 충격파는 휴장일을 거쳐 한국채권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우리나라와 같은 시간대를 공유하는 아시아채권시장도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센터장은 "최근 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있다"며 코로나19가 미국까지 확산하면서 미국을 중
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에 침체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지난 3일 기습 금리 인하에 나선 뒤 한국은행이 뒤따라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국고채 금리를 끌어내린 요인이다. 연준은 통상 금리 인하폭의 두 배인 0.5%포인트를 낮췄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한은도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우리나라 채권 금리가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지만 연내 마이너스까지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이 같은 전망대로라면 현 수준에서 채권 금리 추가 낙폭도 제한될 수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채권 매수 적기가 아니다"며 "한은이 금리 인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기준금리 하단
은 낮아도 1%다. 채권금리에 단기적으로 인하 기대가 많이 반영돼 채권 자본 차익을 노리고 진입하는 것은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홍혜진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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