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체력 고갈' 대구 의료진 "코로나19 전원 완치까지 버틴다"
입력 2020-03-09 17:03  | 수정 2020-03-16 17:05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해 힘들지만 모든 환자가 완치해 퇴원하는 날까지 반드시 버티겠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20일을 넘긴 오늘(9일) 대구지역 의료진은 탈진 상태에 처했으나 사태 극복에 힘을 보태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근무하는 L모 간호사는 "지난달 21일 코로나19 거점병원 지정 후 병원에 숙식하며 환자를 돌보고 있다"며 "집에도 못 가고 솔직히 정신·체력으로 버티기 힘들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신을 감싸는 방호복을 입고 2∼3시간씩 환자를 돌보면 온몸이 땀에 젖고 체력도 2∼3배 이상 소요된다"며 "확진자 발생 3주가 지났고 사태도 길어지고 있어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대구동산병원 의사와 간호사는 하루 12시간 이상 코로나19 검체 채취, 환자 치료 등으로 식사를 건너뛰거나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합니다.


레벨 D 방호복에다 머리에 후드를 쓰고 환자를 치료하면 목과 어깨에 통증이 오며 고글, 마스크에 얼굴 피부가 짓눌린다고 합니다. 이에 밀착 부위에 미리 의료밴드를 붙이는 요령까지 터득했습니다.

이곳 의료진은 병원 숙소에서 생활하는데 수시로 코로나 확진 환자가 들어오기에 정해진 식사 시간을 지키거나 충분한 휴식을 하기 힘들 때가 허다합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는 코로나19 환자 300여 명이 있습니다. 중증 환자도 60명 이상입니다.

회진에 나서는 의료진은 방호복 안에 고글, 의료용 마스크, 위생장갑, 가운을 쓰거나 걸치기에 10분도 지나지 않아 얼굴과 전신에 땀이 맺힐 정도입니다.

다른 병원에서 파견 나온 P모 간호사는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근무를 자원했다"며 "모든 환자가 퇴원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버티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증 환자 20여 명이 입원한 경북대병원은 중환자실 음압병동에 간호사들이 높은 근무 강도에 시달리자 일반 진료과 간호사를 투입하기도 합니다.

중환자실 의사들은 오전 8시 이전 출근해 12시간 이상 진료하고 퇴근하는 등 고단한 생활을 되풀이합니다.

코로나19 환자가 몰리면서 대구 거점병원, 대학병원뿐 아니라 선별진료소 의료진은 하루가 여러 날처럼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확산 사태가 장기화로 병원들에 의료진 확충과 의료용품 공급은 확진자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인력과 물자를 집중 투입해 차단에 나섰으나 지역 사회 감염으로 퍼지며 환자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소모품인 마스크, 방호복뿐 아니라 비접촉체온계, 혈압계 등 의료장비·물품 부족도 심각합니다.

오늘(9일) 오전까지 대구 확진자는 전날보다 190명 늘어난 5천 571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환자 2천 90명이 대구 전역 대형병원을 비롯해 전국 23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한 대학병원은 지금까지 확진자 병실 물품을 폐기했으나 앞으로 환자복을 세탁해 재사용하도록 공지하는 등 내핍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중증 환자를 치료할 병상이 부족할 때 의료진 마음은 더 바빠집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서울, 전북 등 다른 지역 병원으로 환자 이송이 다소 수월해져 다행으로 여깁니다.

정부도 지역 의료기관이 환자 치료와 방역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도록 인력 충원에 나섰습니다.

올해 신규 임용한 공중보건의사 320명이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인 대구에서 오늘(9일)부터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국군간호사관학교를 졸업한 간호장교 75명은 지난 3일 임관식 직후 대구로 와서 의료 지원에 나섰습니다.

대구 한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생활치료센터로 옮기고 병원마다 중증 환자 위주로 재편하면서 의료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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