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스크 5부제` 첫날에도 혼란 여전…약사들 "약국 문 열기도 겁난다"
입력 2020-03-09 16:30 
`마스크 5부제`가 시범운영된 지난 7일 서울 천호동의 한 약국에서 시민이 신분증을 제시하고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정부는 마스크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출생연도에 따라 공적 마스크 구매 일자를 달리한 `마스크 5부제`를 실시했다. [사진 = 서주희 인턴기자]

지난 주말 서울 천호동 '보생당 약국'은 오전부터 마스크 구매자들로 붐볐다. "마스크 대기 줄은 따로 서주시고, 신분증을 먼저 꺼내주세요"라는 약사의 당부가 계속 들려왔다.
약사와 구매자들의 설전도 이어졌다. "구매하신 분은 안됩니다"라는 약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구매한 적 없다"며 우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10여 분간 줄을 선 후 신분증을 제시하고 중복구매확인시스템 조회 시 1주일간 구매 이력이 없는 경우만 마스크를 살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마스크 대란'이었다.
출생연도에 따라 공적 마스크 구매 일자를 달리 정한 '마스크 5부제'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시범운영기간을 거쳐 9일부터 시행됐다.
정부는 마스크 구매자들이 한꺼번에 몰렸던 때보다는 혼잡이 덜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마스크의 수요와 공급이 여전히 불일치해 현장에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먼저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약국에 몰리면서 약사들의 업무량이 급증했다. '마스크 5부제'가 시범 운행된 지난 주말 서울 시내의 약국에는 수십 명이 줄을 선 진풍경이 벌어졌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면서 약사들의 피로감이 상당한 상황이다. 마스크 구매자를 포함한 환자와의 마찰, 반복되는 문의 등으로 육체적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탓이다. 약국에서는 국가 정책에 따라 제한적으로 배급하고 있으나 일부 구매자들이 약사들에게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탓이다.
지난 8일 대한약사회는 '마스크 안정수급 관련 국민 협조 요청'이라는 대국민 성명을 내고 "현재 약국은 공적 마스크 구매 문의와 관련 업무로 처방조제 등 주요 업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약국 문을 여는 것이 겁이 난다'고 이야기하는 현실이다"며 "마스크 구매와 관련한 불편과 현장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마스크 5부제가 본격 시행된 9일 오전에도 구매 대상자가 아닌 사람들의 구매 요구로 많은 약사들이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월요일은 1·6년, 화요일 2·7년, 수요일 3·8년, 목요일 4·9년, 금요일 5·0년으로 출생연도가 끝나는 이들이 약국에서 마스크 2장을 살 수 있다. 월요일인 9일은 1·6년생(19X1년, 19X6년, 2001년, 2006년, 2011년, 2016년생)만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다.
다만 대부분 직장인들은 '마스크 5부제'를 준수하면서 구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마스크가 대부분 직장인들이 근무 중인 평일 오전에서 이른 오후 사이 입고되기 때문이다. 입고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 구매를 위해선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직장인들의 불편함이 속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개별포장하지 않고 약 봉투에 두 개씩 담아 배분하는 것과 관련해 위생이 우려된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약사협회는 약국으로 공급되는 공적 마스크는 3매, 5매 또는 10매 포장 단위가 많다며 이를 2매씩 소분하는 것에 대한 양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약국에서 구매한 공적마스크. 개별 포장없이 기존 약 봉투에 담겨서 배급된다. 이와 관련해 일부 시민들은 위생 문제 우려가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사진 = 서주희 인턴기자]
서울 양천구에서 아내와 함께 'ㅁ'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A 씨는 "마스크가 판매되는 시간대에는 주 업무가 중단된다. 판매뿐 아니라 전산 입력 등 추가 업무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정상적인 업무가 어렵다"고 밝혔다.
마스크의 개별포장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선 "우리는 부부가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일일이 구매자분들의 안심을 위해 라텍스 장갑을 끼고 담아준다"면서도 "약국 차원에서 개별포장까지 할 시간적, 인적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부부는 "저희도 힘들다. 마스크 판매로 돈 많이 벌겠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실상은 세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국가적 재난이기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모두가 힘든 상황인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다"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정부도 힘든 상황이겠지만 마스크가 입고되는 시기라도 미리 알려줘서 시간상으로라도 업무 분리를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서주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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