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뒤끝작렬` 트럼프, 펠로시 연례 오찬 초청에 "NO"
입력 2020-03-09 15:38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다니` 지난달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연설문 종이를 찢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주재로 열리는 연례 오찬 행사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문을 찢는 등 두 사람사이 공공연한 기싸움이 이어지던 도중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뒤끝 가득한' 퇴짜를 놓은 것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2일 예정된 성패트릭데이 오찬 행사에 참석해달라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초대를 거부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행사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까지 불참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펠로시 의장의 초대장을 보자마자 행사에 가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며 "대통령과 부통령의 불참은 행사가 만들어진 이래 30년이 넘도록 없던 일"이라고 전했다.
성 패트릭 데이는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인 패트릭을 기리는 날이다. 매년 3월 17일 영국, 미국,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기념 축제가 열린다. 미 의회는 1987년부터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회의사당 오찬 모임을 연례행사로 지정하고 초당적으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 결정에 대해 백악관 측은 대놓고 펠로시 의장을 탓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펠로시) 하원의장이 온갖 행동과 미사여구를 통해 나라를 분열시키기로 한 이상 대통령은 '불화가 일어나는 순간에 자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아일랜드 총리를 같은 날 백악관으로 초청해 별도의 행사를 열 계획이다.
펠로시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앙숙관계'는 지난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리가 진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악화됐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이 탄핵을 추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사기"라며 비난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달 4일 연례 국정연설 당시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했다가 무시당하는 장면이 전세계에 방송됐고, 펠로시 의장은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연설문 원고를 수차례 찢으며 분노를 표한 바 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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