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거짓진술' 확진자 엄벌 vs '대구출신' 진료거부 막아야 논란 가열
입력 2020-03-09 14:20  | 수정 2020-03-16 15:05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서울백병원에 입원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확진 받은 78세 여성 환자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신종 감염병이 확산하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 정확한 사실을 알리지 않아 결과적으로 접촉한 의료인과 환자를 위험에 빠뜨린 만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합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했다는 환자 주장을 근거로 특정지역 출신이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습니다.

오늘(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백병원에 입원 중이던 78세 여성 환자가 코로나19로 확진됐습니다. 이 환자는 음압병실에 격리 입원해 있다가 오후에 다른 국가지정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이 환자는 대구에 머물다 지난 2월 29일 서울 마포구 딸의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지난 3일 구토, 복부 불편감 등 소화기 증상으로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에서 진료를 받고 병동 6층 4인실에 입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환자는 딸의 주소지를 거주지로 밝히고 입원했습니다. 전날 코로나19 확진 전까지 약 엿새간 머물렀습니다. 병실은 총 3명이 사용했습니다.


서울백병원은 현재 응급실과 외래, 입원 병동 일부를 폐쇄 조치하고 소독했습니다. 확진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과 직원, 환자 등은 격리 상태에서 진단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 이 환자와 환자의 딸을 비난하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재난 시 의료인에게 진술할 때 정확한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1천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백병원이 (확진 환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며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환자가 서울백병원에 오기 전에 지난 3일 모 병원에 예약했으나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진료를 못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입니다.

이 병원이 환자 진료를 거부한 경위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환자가 병원에 대구에서 왔고 코로나19 의심환자일 가능성을 알리고 진료를 의뢰했음에도 병원측이 선별진료소 안내 등을 하지 않고 병원에 못 오게 했다면 부당한 진료 거부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 환자는 지난 3일 서울백병원에 온 후 대구 방문 여부를 묻는 병원 측 물음에 진료거부를 우려해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2주 이내에 대구에서 왔지만 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다면 외래진료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면서 "대구에서 왔다고 제대로 치료를 못 받고 나빠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건당국도 실제로 서울지역 일부 대형병원에서 대구 출신 환자를 받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강립 중대본 총괄조정관은 감염병 확산 방지와 환자 진료권이라는 두 가지 가치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총괄조정관은 먼저 "무조건 대구에서 왔다고 해서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하거나 필요 이상의 조처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행정력을 동원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구지역 환자, 특히 중증환자가 코로나19 이외 다른 기존 질병들로 고통을 겪지 않고 치료 기회를 적절히 보장받도록 여건을 만드는 게 이 시기에 추구해야 하는 굉장히 중요한 목표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시간을 가지고 코로나19와 싸움을 계속하려면, 특히 중증질환을 볼 수 있는 병원을 감염병의 오염으로부터 철저하게 보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총괄조정관은 "만약에 환자가 제대로 처음부터 병원과 잘 협의하고 말씀을 하셨다면, 병원이 상당한 공간을 당분간 폐쇄해야 하는 조처를 하지 않고도 치료받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병원협회 등과 협의해서 기존에 치료받던 대구지역 환자들이 최대한 불편 없이 진료받으면서 동시에 의료기관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그런 조화와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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