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전 내내 허탕치다 개봉된 마스크라도"…5부제 첫날 기다림의 연속
입력 2020-03-09 14:17  | 수정 2020-03-09 16:54
서울 서초구 한 공적 마스크 판매처인 약국 모습

"여기까지만 오늘 살 수 있어요."
바로 딱 기자의 뒷사람까지였다. 출생연도가 1로 끝나는 기자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첫날인 9일 오후 1시경 드디어 KF94 보건용 마스크 2장을 살 수 있었다.
해당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것은 15분 남짓, 운이 좋았다. 하지만 이미 오전 9시부터 집 근처 약국 5곳을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찾아 헤맸던 터라 정확히 말하면 기다림의 결실이었다.
오전 내내 기자는 허탕을 쳐야 했다. 약사조차 언제가 될 지 모르는 마스크 입고 시간 때문이었다. 전국 대부분의 약국에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서울 서초구 한 약국 관계자는 "마스크가 언제 들어올지는 도매상 마음"이라며 "정확한 입고량도 장담키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다 오후가 되어서야 이제 막 마스크 판매를 개시한 약국에 우연히 들러 마스크를 간신히 손에 넣은 것. 구매 전 약사는 기자가 제시한 신분증을 보고 중복구매 확인 시스템에 구매 이력을 입력했다. 입력하는 동안 손님들은 약국 문 밖에서 줄을 선 채 기다려야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기다리는 동안 약국 관계자는 신분증을 미리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끝자리가 3임에도 날짜를 착각하고 약국을 찾은 한 손님에게 "오늘은 마스크를 살 수 없다"며 "수요일에 다시 오라"고 일러줬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약국에 온 직장인들은 마스크 판매가 이미 끝났다는 말을 듣자 허탈해하며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3000원을 건네주고 드디어 받은 마스크는 포장이 뜯어진 채였다. 마스크 도매상이 5매씩 묶음 포장된 마스크를 공급한 까닭에 약국에서 다시 2매씩 재포장하는 작업을 거쳤기 때문이다.
약국 관계자는 "도매상이 준 마스크가 5매씩 들어 있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포장지를 뜯고 일일이 2장씩 다시 넣은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약국에서는 이렇게 오전에 마스크가 입고 돼도 2매씩으로 재포장하는 작업을 거쳐야 해 오후가 되어서야 판매를 시작했다.
손님들은 개봉이 된 포장지라도 "마스크를 산 게 어디냐"며 안도했다. 반면 헛걸음을 친 사람들은 오히려 더 조급해진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해당 약국에서 마스크가 동이 나 구매하지 못한 한 손님은 "출생연도 끝자리가 6이라 월요일 밖에 못사는데 이젠 평일에 마스크를 사기 어렵게 됐다"며 "가지고 있는 마스크를 다 써 가고 있어서 사는 일이 급한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시작한 마스크 5부제로 모든 이들이 한꺼번에 공적 마스크 판매처인 약국에 몰렸던 때보다는 구매 경쟁률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월요일은 1·6년, 화요일 2·7년, 수요일 3·8년, 목요일 4·9년, 금요일 5·0년으로 출생연도가 끝나는 이들이 약국에서 마스크를 2매 살 수 있다. 마스크 5부제가 시작된 9일은 월요일로 1·6년생(19X1년, 19X6년, 2001년, 2006년, 2011년, 2016년생)만 살 수 있다.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중 하나를 반드시 지참해야 하며 약국이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에 구매 이력을 입력하면, 구매자는 이번 주에는 더는 못 산다.
아직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또 다른 공적 마스크 판매처인 농협 하나로마트나 우체국에서는 1인당 1매씩을 매일 살 수 있다. 신분증을 따로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이 구축된 이후부터는 약국과 농협 하나로마트, 우체국 등 세 곳에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세 곳 중 한 곳에서 주당 1인 2매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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