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단독] "삼성 엔지니어 700명 격리 제외해달라"…주베트남 한국 대사의 읍소
입력 2020-03-09 11:22  | 수정 2020-03-09 14:56
베트남 박닌성 삼성전자 공장 전경 [사진 = 매경DB]

"한국 삼성디스플레이 700명이 베트남에 입국한다. 이들을 격리할 경우 양국 경제에 큰 피해가 간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이자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의 해외 공장 가동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9일부터 베트남 정부가 한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이들에 대해 예외없이 2주 간의 시설격리를 결정하면서 삼성전자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모듈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베트남 인력 배치에 난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풀기 위해 박노완 주베트남 한국대사와 직원들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현지 한국대사관과 한인회에 따르면 앞으로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파견될 삼성디스플레이 전문 인력은 700여명으로, 이들이 격리 조치에서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고 14일 간 발이 묶이면 양국 경제에 공동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염려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베트남 박닌성에 있는 현지 공장에 OLED 모듈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한 플렉서블 OLED 등이 삼성전자에 공급되는 구조로, 삼성디스플레이 박닌 공장의 증설 차질 리스크는 모회사인 삼성전자로 전이될 수 있는 구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박닌성에 공정 설계 전문가와 협력사 직원 등 700명 입국을 요청해 놓았다"며 "현재 생산하는 갤럭시 20 시리즈와 제트플립 제품 뿐 아니라 차세대 제품 패널을 생산하기 위한 준비라 지금 기술자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상황의 시급성을 전했다.

더구나 삼성디스플레이의 모회사이자 최대고객사인 삼성전자는 지난 6일 경북 구미 사업장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자 구미공장에서 생산하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물량 일부를 한시적으로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지 공장 간 유기적인 수급관계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지금도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 제품의 출하량에 따라 베트남 전체 수출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4%포인트 안팎으로 증가 혹은 감소할 만큼 베트남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
만약 베트남 정부가 초강력 격리를 풀지 않고 한국 엔지니어들의 입국을 제한할 경우 지난 11년 간 쌓아온 양국 경제의 결실에도 해악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 기술자 700명의 대규모 베트남 입국 여부를 두고 베트남 매체들도 정부의 결정이 어떻게 이뤄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노완 주베트남 한국대사는 베트남 정부를 상대로 이들 기술자가 한국 의료기관에서 사전에 발급된 코로나19 음성판정 관련 의료 진단서를 가지고 입국할 경우 14일 격리조치...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박노완 대사 등 한국의 외교적 노력에 대해 베트남 현지매체인 VN익스프레스 등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외국 투자 기업으로 약 16만명을 고용하고 있다"며 자국 정부의 결정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사는 지난주 금요일 현지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수 백명의 삼성디스플레이 엔지니어들이 베트남에 신속히 입국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들이 베트남에 입국해 14일 동안 검역 시설에 격리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해법으로 박 대사는 전문가들과 엔지니어들이 사전에 한국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의료 진단서(코로나19 음성판정)를 가지고 가면 2주 격리조치가 예외로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지난 7일부터 베트남 항공사들마저 모든 한국행 항공편을 중단했음을 지적하며 "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양국의 장기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재 베트남과 한국 간 항공편 이동 상황은 승객이 없이 승무원만 타고 오는 화물기 착륙이 허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VN익스프레스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양국 간 매주 550편의 직항편이 가동됐음을 거론하며 현재 사실상 중단된 양국 간 직항편 문제를 거론했다. 또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16만명을 고용 중이며, 지난주 베트남 하노이에 사상 최대 규모인 2억2000만 달러의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박노완 대사는 9일 오후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양국 관계와 기업 협력의 중요성을 토대로 현재 베트남 정부가 최선의 호혜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며 "이에 더해 앞으로 우리 기업의 전문 인력이 베트남 공장에 투입돼 원활한 가동을 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 대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금 베트남과 한국의 경제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며 "양국이 유기적으로 성공적 협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규식 기자 / 이재철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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