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부·의약업계·게이츠재단 뭉쳐 한국만의 특화 ODA 나선다"
입력 2020-03-09 09:01  | 수정 2020-03-09 09:07

"한국의 생명과학기업들은 지난 10년동안 생명과학분야 전반에 걸쳐 진보했다. 특히 진단 기술, 제형 개발, 제조 기술 등에서 두드러진 강점을 보여줬다. 이런 한국이 강점을 활용해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백신, 치료제, 진단 기술을 개발하면 지금의 현저히 낮은 개발도상국 국민의 치료 접근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 라이트펀드를 이끄는 김윤빈 대표의 말이다. 라이트펀드는 보건복지부, 한국의 생명과학기업 5곳(SK바이오사이언스·LG화학·GC녹십자·종근당·제넥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이 공동 출자한 500억원의 지금으로 한국기업이 글로벌 공중보건 증진을 위해 참여한 R&D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김 대표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한국 의약업계가 격차를 줄이기 위해 키운 역량이 저개발국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서는 오랜 세월동안 우수 인재들이 의대로 몰린 결과 특정 진료·치료 분야에서 한국 의료계는 세계 선두권을 다툰다. 이 과정에서 독자적인 진단 기술도 축적했고, 최근 한국 의료계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서비스를 받는 방식)'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의약품 분야는 신약 개발 기반이 없던 시절 복제약을 만들어 팔며 생존을 위해 효율적 생산 체계를 구축해야만 했다. 또 같은 성분의 복제약을 갖고 경쟁하면서 상대 제품보다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환자의 편의성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은 제형 기술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실제 메디톡스는 세계 최초의 액상형 보툴리눔톡신제제 이노톡스를 개발해 선진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고, 전통 제약사들은 여러 성분의 약을 합친 복합제나 먹기 편한 제형으로 약을 바꾼 개량신약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김윤빈 대표는 "저개발국 국민이 현존하는 치료법에 접근하지 못하는 요인은 생산용량의 부족, 높은 비용, 취약한 유통망, 의료진의 부족 등"이라며 "한국 생명과학기업들은 이런 문제 해결에 강하다. 라이트펀드의 첫 기금 지원 연구개발 프로젝트 5건은 모두 이 같은 한국만의 특화된 ODA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트펀드의 첫 자금지원은 ▲저개발국 5세 미만 영유아에게 효과적인 주사제형의 신(新)접합 콜레라백신(이하 참여 한국 기업 유바이오로직스) ▲저개발국의 필수백신 접종율을 높일 수 있는 6가백신의 제조 공정(LG화학) ▲1회 투약으로 말라리아를 치료할 것으로 기대되는 신약 후보물질의 효율적 공정(SK바이오텍) ▲삼일열 말라리아 치료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내는 G6PD 결핍증 환자를 저개발국 환경에서도 선별할 수 있는 현장진단기기(SD바이오센서) ▲분자진단을 이용한 4가지 결핵 약제 내성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광범위 약제 내성 결핵 현장진단장치(바이오니아) 등을 연구·개발(R&D)하는 프로젝트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김윤빈 대표는 글로벌 공중보건 향상을 위한 한국 생명과학계의 특화 기술에 대한 R&D 지원이 라이트펀드의 역할이 끝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라이트펀드는 한국 생명과학계가 특화 기술을 꽃피울 수 있도록 초기 단계 연구를 소개하고, 기금의 지원을 받은 R&D 프로젝트의 성과물이 실제 저개발국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시장 진입을 도울 비영리기관으로 연결하는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라이트펀드가 지원한 R&D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한국의 의약 산업도 한 단계 더 성장하고, 공중보건 접근성도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변종 바이러스에 인한 전염병 창궐은 저개발국 뿐 아니라 선진국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김윤빈 대표는 "지난 2017년 세계경제포럼(WEF)은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를 설립해 유행병에 대비한 백신 재고 확보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최근 한국 기업 제품들이 세계보건기구(WHO) PQ인증(UN 조달 시장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 획득 소식이 꾸준히 들려와 한국 업계가 차지하는 시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라이트펀드가 목표로 하는 역할을 다 하면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라이트펀드는 올해 계획에 없던 소형 과제 R&D 프로젝트 공모를 두 차례 추가해 추진할 계획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및 풍토성 감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고 완화할 혁신적 치료제, 백신, 진단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기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우선 오는 10일부터 1차 소형과제 공모가 시작되며, 2차 소형과제 공모는 오는 11월부터 접수한다.
오는 6월 3차 중대형과제 공모도 예정대로 진행된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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