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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스토브리그` 박은빈 "남궁민, 연기에 진심인 배우"
입력 2020-03-07 07:01 
'스토브리그' 박은빈이 '연기신' 남궁민과 함께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제공|나무엑터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인기는 단순히 특정 캐릭터나 설정에 의한 게 아닌, 대본-연출-연기 삼박자가 제 몫을 다 해 완성한 환상의 하모니의 결과였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드림즈 백승수 단장(남궁민 분)의 존재 자체가 스토브리그를 지지부진한 지상파 드라마 레이스에서 초반부터 눈에 띄게 만들어 준 요인이라는 걸 부인할 순 없겠다.
극중 드림즈의 목표는 우승으로 동일했지만 그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는 구단, 프론트, 선수, 코칭스태프들의 동상이몽은 심각했다. 하지만 야구단 해체라는 웃픈 미션을 안고 혜성처럼 등장한 백단장은 일사분란하게 드림즈를 진두지휘하며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백단장을 가장 가까이서 서포트 한 드림즈 프론트 운영팀장 이세영(박은빈 분)에게도, 백단장의 존재감은 특별했다. 스토브리그와 함께 한 4개월 남짓 여정을 통해 세영과 심정적 일체감을 형성한 박은빈은, 백단장을 그리고 남궁민을 어떻게 봤을까.
배우 박은빈이 '스토브리그' 이세영을 통해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린 데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제공|나무엑터스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왔고, 그를 길목으로 안내하는 과정에서 백단장과 세영이 가까운 관계를 형성했는데요, 저는 연기하는 입장에서 (세영이) 다 옳은 말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 입장에서, 야구를 모른다는 사람에게 드림즈의 치부를 간파당하면 화가 나기도 하잖아요. 저 역시 충분히 세영 입장에서 이해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는데, 낯선 환경이나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서 구성원이 바뀔 때 적응 기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고, 그 사람에게 익숙해지는 과정 속에서 백단장이라는 존재와 세영은 맞붙을 수밖에 없었고, 그 안에서 세영이 백단장을 가장 많이 관찰하며 이해하게 되고, 조력을 보내게 됐죠. 그래도 여타 드라마와 달리 세영이 빠르게 백단장에게 마음을 열고 조력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남궁민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박은빈은 "세영이 드림즈에게 진심이듯이, 남궁민이라는 배우는 연기에 참 진심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운을 뗐다.
"어떠게 하면 더 완벽한 백단장을 구현할까 항상 고민하는 게 눈에 보였어요. 그렇게 완성된 캐릭터가 제 눈 앞에 있었기 때문에, 저 역시도 이세영 운영팀장으로서 호흡 맞추면 되는 거였죠. 연기하기에 굉장히 편했어요."
박은빈은 드림즈 운영팀 직원 한재희 역의 조병규와 은근한 러브라인을 형성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러브라인 향방은 명쾌하게 그려지진 않았다. 마지막회까지 러브라인을 생략하고야 만(?) 데 대해 아쉬움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박은빈은 "러브라인 없이 깔끔하게 끝나서 좋았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이 드라마는 오피스 드라마라는 지향성이 확실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저 역시 우리 드라마엔 러브라인이 어울리지 않는 길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인물 한 명 한 명을 조명하기에도 부족했기 때문에 거기에 부가적으로 러브라인까지 흡수시키려면 우리가 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 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렇게 깔금하게 끝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죠."
배우 박은빈이 아역부터 23년간 걸어온 배우의 길에 대해 "천천히 잘 걸어온 것 같다"고 자평했다. 제공|나무엑터스
1998년 SBS 드라마 백야 3.98을 통해 아역으로 데뷔한 박은빈. 어느새 데뷔 23년 차 베테랑 배우가 된 그이지만 매 작품에서 배우고, 깨치고, 성장하듯 스토브리그를 통해 얻은 바도 특별하단다.
"작가님, 감독님을 처음 뵈었을 때 말씀드렸던 게 있어요. 가령 몇몇 드라마에선 남자 캐릭터에게 해결사 면모나 추진력을 주기 위해 여자 캐릭터들이 당위성 떨어지는 행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죠. 꼭 그런 방식으로 풀어가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을 해왔는데, 스토브리그에서는 백단장과 이세영이 이성과 감성의 관계에서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한 것 같아서, 저 자신도 연기하면서 설득이 잘 되고 편안했어요. 가령 이세영이 직언을 서슴지 않을 때, 어줍잖은 객기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이해 갈만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존 전통의 클리셰를 깨준 부분이기도 했죠."
기실 아역을 넘어 성인 연기자로 안착한 박은빈이 만난 여러 작품 중 대중에 기억될만한 히트작을 꼽자면 청춘시대가 가장 강렬했고, 그 다음 스텝이 바로 스토브리그였다. 히트작에 대한 갈증에 대해 묻자 "앞으로도 매 순간의 선택이 내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며 "어떤 선택이, 어떤 길이 나에게 맞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미련은 최소화하고, 후회하지 않는 방향으로 열심히 해보려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스스로 돌아보는 배우로의 삶에 대해서도 "천천히 잘 걸어오고 있는 것 같다"며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생각대로 뛸 때도, 잠시 멈춰 서있을 때도 있었지만 천천히 잘 걸어오고 있는 것 같아요. 항상 옳은 방향이 어느 쪽일까 고민하면서 걷고 있으니 이런 하루하루가 쌓인다면 조금은 더 내가 바라던 미래에 맞닿아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하고 있어요."
psyon@mk.co.kr
사진제공|나무엑터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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