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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스토브리그` 박은빈 "드림즈 매각, 실제로도 씁쓸했어요"
입력 2020-03-07 07:01 
'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 운영팀장 이세영 역을 열연한 박은빈이 "2019년 겨울을 뜨거운 열정으로 보냈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제공|나무엑터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지난 2월,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프로야구 꼴찌팀 드림즈에 새로 부임한 백승수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뜨거운 겨울 이야기를 담아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다. 만년 꼴찌팀 드림즈 프런트들의 피, 땀, 눈물이 뒤섞인 고군분투를 생동감 있게 펼쳐낸 이 드라마에는 분명 여느 드라마와 다른 2%의 무언가가 있었다. 드라마를 함께 만든 모든 이들이 치열함 그 자체였던 것. 이세영 역의 배우 박은빈(28) 또한 마찬가지였다.
박은빈은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토브리그 종영 인터뷰에서 드라마를 떠나 보낸 시원섭섭한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아직은 캐릭터를 온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듯, 드라마 속 똑부러지는 이세영의 모습 그대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를 만난 그는 스토브리그에 대해 "2019년 겨울은 따뜻했다. 뜨거운 열정으로 보낼 수 있었다라는 의미로 남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시작하기 전, 시청률에 대한 기대보다는 한가지 목표가 있었어요. 촬영할 때, 웃으면서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는 목표였는데, 그 목표는 이뤄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죠. 그런데 시청률까지 기대 이상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감사하기도 했어요."
드라마와 함께 박은빈이 연기한 드림즈 운영팀장 이세영 캐릭터도 높은 인기를 얻었다.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박은빈은 "(인기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종영 앞두고 사인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걸 보면서 조금씩 느꼈다. 또 주변에서 드라마 잘 안 보는데 스토브리그는 챙겨봤다고 하더라. (인기가) 실감이 난다"며 웃었다.
배우 박은빈은 '걸크러시' 이세영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했다. 제공|나무엑터스
극중 이세영은 어린 시절부터 드림즈의 팬이었고, 성인이 돼 드림즈에서 일하게 된 인물이다. 험지에서 오직 실력 하나로 팀장직까지 꿰찬 세영은 이른바 걸크러시의 전형을 보여주며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실제 자신의 성격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지 묻자 박은빈은 "내 입으로 걸크러시라고 이야기하기엔 못 미치는 게 많지만 외유내강인 것 같긴 하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그는 "내면에 단단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그런 연기를 할 때, 좀 더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같고, (연기가) 편안하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쩌면 이같은 내면의 박은빈이었기에 스토브리그에 꼭 어울리는 이세영인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극중 등장한 사이다 발언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지X하네. 선은 네가 넘었어를 하면서 지르면서 끝낼지, 멋있게 할지 고민했어요. 사이다를 위해 소리를 지르는 쪽으로 해야겠다고 합의를 보고 한 장면이었죠. 운영팀장으로 절제된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많아서 지르는 것에 대해 걱정도 했죠. 선수한테, 백단장님 말대로 유리잔을 던지는 게 괜찮을까 싶었어요."
하지만 박은빈은 "우리 사회에서, 인간관계에서 선 넘는 사람들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들 대신 질러준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말을 이었다.
"차엽(서영주 분) 오빠를 보니 절로 소리가 나더라고요. 애드립도 절로 나오고요.(웃음)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 해주시다 보니 흠뻑 빠져들어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어요."
이세영의 사이다 발언과 관련한 박은빈의 애드리브는 은근히 적지 않았다. "원래는 간단한 지문으로 끝나는 장면이었는데 예의를 술에 말아 쳐드셨나라는 대사를 넣어봤죠. 나름의 편집점을 두고 연기했는데 감독님께서 그대로 살려주시고, 작가님도 흔쾌히 받아들여주셨어요. 이 미친 놈이 또 있네라고 했던 부분도 애드리브였어요. 시청자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공감된다고 해주신 걸 보니 감사했습니다."
배우 박은빈이 '스토브리그'에 스스로 과몰입했다고 생각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제공|나무엑터스
그만큼 박은빈도, 여타 배우들이나 시청자만큼이나 스토브리그에 몰입해 있었다. 이같은 감정은 연기에도 고스란히 드러나지만, 실제 작품에서는 보여질 수 없던 그의 마음 속에 더 깊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회 대본에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들었어요. 더 이상 재송 드림즈가 아니게 됐을 때, 기뻐야 하는데 마음 한켠에서는 마냥 기쁘지 않더라고요. 팀 컬러가 초록색에서 빨강색으로 바뀌었는데, 그것도 예쁘긴 한데 씁쓸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다 생략된채로 방송에 나갔지만, 희한하게 재송 드림즈를 보내는 게 아쉽더군요. 모기업이 우리를 힘들게 했더라도, 우리로서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어릴 적 희망과 아빠와의 추억이 담긴 곳인데, 지킬 수 있는 건 지켜서 다행이지만 뿌리가 흔들린 게, 개인적으로는 씁쓸하게 다가왔어요. 마냥 기뻐해야 할 순간에 기쁘지만은 않다는 게, 아 내가 과몰입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박은빈은 스토브리그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또 하나 썼다. 이에 대해 박은빈은 "인생 캐릭터라고 얘기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사실 제가 그만큼 한 사람의 몫을 제대로 하기 위해 노력한 건 맞지만 그만큼 잘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부족했던 부분은 다음에 다른 형태로 고민해야 하는 게 있지 않나 싶다. 인생 캐릭터라 말씀해주시는 그런 작품을 (청춘시대에 이어) 또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토브리그는 박은빈에게 어떤 의미의 작품일까. 그는 "이렇게가지 여자 배우가 없는 환경은 처음이었다. 그렇다 보니 다른 팀장님들과도 돈독한 유대관계를 형성한 것 같아서, 우리가 한 팀이라는 걸 느꼈다. 동료애를 많이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psyon@mk.co.kr
사진제공|나무엑터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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