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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가 될 수 없는 박해민, ‘가치’를 논하다 [이상철의 오디세이]
입력 2020-03-07 05:30  | 수정 2020-03-07 05:54
KBO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외야수이며 가장 도루를 잘하는 주자인 박해민의 가치는? 사진(日 오키나와)=이상철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이상철 기자
가치(價値),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라는 뜻이다. 가치를 판단하는 건 누구이며 그 기준은 무엇일까. 분명한 건 객관적인 판단과 기준은 어렵고 없다. 시시각각으로 바뀔 따름이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종목을 막론하고 빠지지 않는 게 하나 있다. 수비가 견고한 팀이 우승에 근접한다.
그렇지만 수비수보다 공격수에 대한 평가가 높다. 대우도 훨씬 좋다. 버질 반 다이크(리버풀)가 엄청난 퍼포먼스를 펼쳐도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였다.
야구도 다르지 않다. 패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첫 번째는 엉성한 수비다. 그만큼 수비는 중요하다. 지도자가 선수들에게 기본기를 강조하는 이유다. 그러나 인기는 없다. 팬과 미디어는 큼지막한 홈런을 펑펑 치는 강타자에 열광한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라며.
가치에 대한 논쟁이다. 박해민(삼성)도 그 중심에 있을 수 있다. 빠른 발과 상황 판단으로 안정감 있는 수비를 펼친다. 리그에서 외야 수비 능력은 최고다. 별명도 ‘슈퍼 캐치다. 베이스러닝도 잘한다. 통산 도루는 248개로 성공률은 80.5%에 이른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도루왕이었다.
공·수·주 중 두 가지를 잘한다. 타격이 나쁜 건 아니다. 지난해 타율 0.239로 부진했으나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0.290에서 0.300 사이 타율이 4번이었다.
박해민은 어떤 구기 종목이든 이기려면 수비가 중요하다는데 막상 수비를 잘하면 (상대적으로) 인정을 못 받는다. 게다가 (수비를 잘해도) 공격을 잘하지 못하면 (비판이나 비난 수위가) 더 심하다. 수비 잘하는 선수는 다른 것도 다 잘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거꾸로 공격 하나만 잘해도 인정을 받는다. 야구뿐 아니라 축구, 농구, 배구가 다 그렇다”라고 아쉬워했다.

사자군단 주장의 2020년 연봉은 3억원. 전년 대비 6000만원이 깎였다. 삭감 폭은 권오준(7000만원)에 이어 2위였다.
연봉 삭감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구자욱이 구단과 연봉 줄다리기 협상을 벌이면서 같은 포지션에 엇비슷한 연봉의 박해민이 강제로 소환됐다. 팬은 박해민이 구자욱(2억8000만원+인센티브 2000만원)보다 많은 돈을 받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가치 판단의 기준이 달랐으나 납득하지 않았다. 박해민이 그동안 꾸준하게 쌓아 온 걸 부정하기 바빴다.
마음의 상처다. 박해민은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못한 부분을 받아들이며 성적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스프링캠프에 와서 열심히 훈련 중인데 자꾸 (구자욱의 연봉 협상 기사에) 내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속상했던 건 사실이다. (구)자욱이도 미안하다더라. 그런데 자욱이가 잘못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구자욱의 가치와 박해민의 가치는 다르다. 누가 더 낫다는 비교의 문제가 아니다. 그 과정에서 박해민의 가치가 훼손됐다.
박해민은 그동안 수비와 베이스러닝으로 인정을 받고 많은 연봉을 받았다. 그렇게 이만큼의 가치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장점이 있으니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장점은 안 보고 자꾸 단점만 보는 현실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구자욱의 연봉 협상 과정에서 비난을 받은 건 구단과 박해민이었다. 사진(日 오키나와)=이상철 기자
그는 (나 같은) 수비를 잘하는 선수는 말하지 못할 고충이 있을 거다. 수비를 잘한다고 슈퍼스타가 되지 않는다. 공격을 잘해야 슈퍼스타가 된다. 슈퍼스타 대우를 바라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는 수비를 잘하는 선수에 대한 가치를 조금 더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도루도 마찬가지다. ‘빅볼에 초점이 모이면서 4년 연속 도루 1위의 박해민에 대한 평가도 인색해졌다. 박해민은 4년 연속 개인상 시상식에 참석했지만, 도루왕은 별로 가치를 못 받는 것 같다. 취재진의 관심도 떨어진다. 조금 더 도루라는 기록의 가치를 높여줬으면 좋겠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박해민이 현실에 안주하는 유형도 아니다. 달라지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자기 자신을 괴롭힌다. 공격도 잘하고 싶은 건 박해민의 욕망이기도 하다.


김용달 타격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하나부터 열까지 싹 바꿨다. 위치는 전진, 중심이동은 오른쪽, 포인트는 앞쪽 등 방어적인 타격이 아닌 공격적인 타격으로 변화다. 시행착오는 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안타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긍정적인 흐름이다.
박해민은 바뀐 부분이 잘 되는지가 핵심이다. (김용달) 코치님도 자신감과 학신을 심어주기 위해 ‘이 타격 자세가 정립됐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캠프 연습경기 결과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나와 코치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의 눈도 반짝반짝 빛났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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