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린이집 휴원 연장에 학부모들 한숨 '푹'…"아이들도 답답해"
입력 2020-03-05 17:43  | 수정 2020-03-12 18:05

"아이와 24시간 붙어 있으니 아이에게 계속 얽매이게 돼요. 출산 후 전적으로 육아 맡았을 때 느낀 우울감이 다시 찾아오는 것 같아요."

서울 강동구에 사는 38살 박 모 씨는 오늘(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전국 어린이집 휴원 기간을 오는 22일까지 2주 연장한다는 정부 발표를 듣고 저절로 긴 한숨이 나왔습니다.

중학교 교사인 박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본인 방학도 연장되면서 어린 자녀들을 24시간 직접 보살피고 있습니다.

박 씨는 "감염 우려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서 더 우울해지는 것 같다"며 "아이들도 답답해한다. 동네 도서관, 체육시설 등도 다 문을 닫아 딱히 갈 곳이 없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어린이집 휴원 연장으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학부모는 박 씨만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부모와 형제, 친척까지 동원해 아이를 돌봐왔지만, 이제 거의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서울시 성북구에 사는 36살 임 모 씨의 아내는 지난달 어린이집 휴원이 결정되면서 아예 휴직했습니다. 임 씨 아내는 어린이집 휴원이 연장되자 현재 회사와 휴직기간을 더 늘리는 문제를 놓고 협의 중이라고 합니다.

임 씨는 "바이러스를 극복하려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따르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이들의 세끼를 집에서 챙겨줘야 해 아내가 몹시 힘들어한다"고 전했습니다.

역시 강동구에 사는 38살 김 모 씨는 어린이집이 휴원한 이래 아이를 시댁과 친정에 번갈아 맡기고 있습니다. 양가 어르신들이 이미 지칠 만큼 지쳐서 더는 육아를 부탁할 염치가 없다고 합니다.

김 씨는 "정부가 어린이집은 강제로 휴원시켜놓고 그 부모들 직장의 근무 형태 결정권은 회사에 줬다"며 "맞벌이 가정의 직장인 휴가를 강제로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울산에 사는 28살 남 모 씨는 요즘 30개월 된 아들과 온종일 집에 붙어 있습니다. 활동적인 아들은 밖에 나가지 못하자 엉엉 소리 내서 운다고 합니다.

남 씨는 아이에게 '지금 밖에 세균이 많아서 못 나가'라고 달래다가 도저히 안 되면 차를 태워 동네를 한 바퀴 드라이브하고 돌아옵니다.

전날 서울시 강동구에서 어른들이 집을 비운 사이 불이 나 어린이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습니다.

부산시 북구에 거주하는 학원 강사 35살 서 모 씨는 "급한 일이 생기면 아이들을 집에 두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불가피한 일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어린이집 휴원 기간이 늘어나더라도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당번교사를 배치해 긴급보육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 긴급보육이 막힌 숨통을 그나마 틔워준다는 반응을 보인 학부모들도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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