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효성 20일·대림산업 27일…`주총대전` 속속 확정
입력 2020-03-05 17:40  | 수정 2020-03-05 23:36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해도 스튜어드십코드 확대 기조에 따라 정기 주총에서 기업과 기관투자가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들이 주주제안에 나선 이른바 '이슈 기업'들의 주총 일정이 속속 확정돼 관심을 끈다.
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후 4시 현재 주주총회 일정을 공고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1427개에 달한다. 상장사 70% 이상이 주총 일정을 확정한 것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사내이사 재선임과 배당 등 안건에 대해 칼을 갈고 있어 일부 기업 주총 표 대결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기업 입장에선 오너의 대표이사 재선임 문제가 가장 신경 쓰이는 사안이다. 27일 주주총회를 열 것으로 보이는 대림산업의 경우 이해욱 회장이 불구속 기소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국민연금이 이 회장 재선임 안건에 대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이 회장은 대림산업 그룹 호텔 브랜드인 '글래드' 상표권을 자신과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 APD에 넘겨주고 자회사인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사용하게 하는 수법으로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효성은 20일 주총을 연다. 조현준 그룹 회장의 재선임 여부가 이번 주총에서 판가름 난다. 조 회장은 계열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지난해 불구속 기소됐다. 효성은 오너 지분이 낮은 기업에는 낮은 배당 성향을 보여 주주 환원이 미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20일 주총을 열어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키려 하는 만도 역시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민연금은 3년 전 정 회장의 재선임에 반대했다. 정 회장이 2013년 한라(옛 한라건설)에 우회적으로 자금을 지원해 내부거래로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현대백화점은 25일 주총이 열린다. 주총에선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현대백화점·그린푸드 대표이사 재선임이 이뤄진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각각 17.09%, 12.7%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상당 지분을 동시에 보유해 이해 상충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의 계열사 부당 지원 행위 이력이 적격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셀트리온은 27일 주총을 열어 기 부회장을 재선임할 예정이다.
'남매의 난'으로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는 한진칼도 기관투자가들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된다. 5일 공시한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의 지분은 36.43% 대 37.63%로 팽팽한 상황이다. 조 회장에 대해선 과거 기업 가치를 훼손한 이력을 들며 적격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한항공 노조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올해 주총에서 적극적인 의사 표현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국민연금이 56개 상장사에 대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투자 목적을 변경한 데 이어 자산운용사들도 잇따라 투자 목적 변경에 나섰다. KB자산운용은 4일 게임빌의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KB운용은 아직 구체적인 주주권 행사 방향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처럼 보유 목적 변경을 공시한 이상 배당 증액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밖에 골프존, 컴투스, 효성티앤씨, 광주신세계 등의 보유 목적도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기관들의 주주제안도 배당 안건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한국타이어 계열사인 축전지 제조업체 한국아트라스비엑스에 대해 주주제안을 했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주당 1만1000원의 현금 배당안을 제안했다.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이사회가 내놓은 배당금은 주당 400원이다. 회사가 제시한 배당 총 규모의 30배에 가까운 배당을 지급하라는 초강수 제안이다.
KB자산운용은 주당 2000원 현금 배당을 결정한 효성티앤씨에 배당액을 높이라는 주주 서한을 보냈다.
현대백화점과 에스엠엔터도 배당 부분에서 공격받는 기업이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한 주당 1000원, 총 223억원의 현금 배당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백화점은 순이익이 줄었어도 배당을 확대했다는 입장이지만 배당 성향과 배당수익률이 동종 업계에 비해 낮다는 것이 기관투자가들의 평가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배당 성향은 30% 이상, GS홈쇼핑은 30~40% 수준에 달한다. 지난해 24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현대백화점의 배당 성향은 10% 정도로 이마트, BGF리테일, GS리테일보다도 뒤처진다.
[우제윤 기자 / 홍혜진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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