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로나 태풍에…비상등 켠 5대 금융지주
입력 2020-03-05 17:35  | 수정 2020-03-05 19:46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금융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져 수익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출의 연체율 상승도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작성했던 금융지주사들은 수익 목표를 낮추는 등 조정에 나섰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경영지표를 받아든 금융지주사들이 일제히 올해 사업계획 조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주요 지표들이 이상 신호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다. KB금융 관계자는 "올해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작성했지만 인상 시기가 빨라지고 폭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경우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0.02~0.03%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대략 1000억원 안팎의 순익 감소가 예상된다. NIM은 은행 등 금융사가 운용자금 한 단위당 이자 순수익을 얼마나 냈는지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이미 지난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면서 은행들의 예대마진은 꾸준히 줄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은행들의 NIM은 1.56%로 전년 대비 0.11%포인트나 하락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은행 수익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대구·경북 지역을 포함해 전국 지점의 고객 방문이 평소보다 크게 축소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은행 고객이 줄어들 경우 대면 영업을 통해 판매하는 펀드와 방카슈랑스 등의 가입이 줄고, 이는 곧 수수료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지점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해당 지역 영업에 지장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연체율 문제도 뇌관으로 꼽힌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영업 부진이 지속되면 결과적으로 이들이 받은 대출의 연체율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경영 상황 악화가 지속될 경우 연체 지표가 급격히 안 좋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부문에서는 당장 결제 건수 하락이 눈에 띈다. 온라인 결제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오프라인 결제 감소세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카드사들이 2월 중순 이후 신용카드 매출이 20~3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부정적 요인에 따른 이익 감소 영향이 은행별로 최소 3000억~4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해외 부문 이익 증가와 비용 절감 효과 등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순이익 감소폭은 지난해 대비 10% 전후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은행들의 지난해 이익 지표도 전년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19년 국내 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 등 수익성 지표가 일제히 악화됐다. 국내 은행의 ROA는 0.54%로 전년(0.63%)에 비해 0.09%포인트가 하락했다. ROE도 6.98%로 1년 전 8.04%에 비해 1.06%포인트가 떨어졌다. 자산이나 자본이 전년보다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승훈 기자 /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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