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사 안정성 높인다더니…당국 벤처투자 독려
입력 2020-03-05 17:29  | 수정 2020-03-05 19:42
◆ 레이더 M ◆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Net Capital Ratio) 개선안을 이달 말 발표한다. 벤처·비상장기업을 비롯해 정부의 신남방 정책에 따라 동남아시아 자산에 대한 투자위험도를 산식에서 제외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혁신기업 투자를 촉진할 계획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벤처기업 대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위험가중치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 대체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벤처·중소기업 투자위험도를 줄이고 부동산 투자위험도를 가중하는 방향의 NCR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부동산 투자, 특수목적법인(SPC) 투자를 줄이는 방향의 새로운 NCR 제도가 발표될 것으로 안다"며 "증권사 입장에서 벤처기업 투자를 확대할 수 있지만 보다 안정적인 대체투자처인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 설명했다.
NCR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사의 건전성을 점검하는 수치로 은행의 BIS 비율과 유사하다. 100%를 기준으로 이보다 하향될 경우 금융당국의 개선 조치를 받게 된다. NCR는 영업용순자본에서 투자자산의 위험비율을 뺀 수치에서 필요 유지 자기자본을 나눈 값으로 결정된다. 증권업계는 NCR 지표가 변화할 경우 자율적인 투자보다 정부 당국이 원하는 투자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진 형국이다.

금융위는 이번 NCR 체계 변경을 통해 벤처·중소기업과 동남아시아 투자에 대한 투자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부동산 투자에 대한 리스크는 중과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CR 지수 산식에 비춰 벤처·중소기업 투자를 장려하고 부동산 투자는 막겠다는 취지다. 실제 금융당국은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벤처기업 대출을 일반 증권사는 위험자산에서 50%만 반영하고 중기 특화 증권사는 100%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에 투자되던 자금을 벤처혁신기업으로 돌리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기업 투자에 대한 투자안정성도 기존보다 높게 판단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신용위험액 산정값을 높이기로 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채무보증 신용위험액 산정 시 위험값을 기존 12%에서 18%로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달 말 NCR 개선안 발표 때 이 같은 방안을 확정 짓겠다는 입장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NCR 산정에서 초기 기업 투자를 위험자산에서 제외하는 방안에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안정적인 투자처인 부동산 대체투자 부문을 옥죄는 것은 시장 원리에도 반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부동산 투자가 집중되면서 세계적으로도 쏠림 현상이 발생해 큰 폭의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을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에는 위험가중치를 매기고 위험도가 가장 높은 벤처기업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NCR는 건전성 지표일 따름인데 금융당국이 '가중치'를 조종하면서 사실상의 투자 진입 장벽을 만들고 있다"며 "시장 자율을 빼앗고 당국이 투자에 관여하는 일종의 '관치'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영태 기자 /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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