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김여정 담화는 文 직접 나서라는 메시지"
입력 2020-03-05 17:08 
[사진 = 연합뉴스]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내놓은 '충격요법'을 쓴 데 대해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탑다운 방식 협상이 여전히 유효함을 행간에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부대의 화력전투훈련에 대해 "남쪽 청와대에서 강한 유감이니, 중단요구니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우리로서는 실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청와대의 이러한 비논리적인 주장과 언동은 남측 전체에 대한 우리의 불신과 증오, 경멸만을 더 증폭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청와대의 반응이 문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면서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실장 출신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김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청와대와 대통령을 분리한 것은 문 대통령과의 대화 여지를 둔 것으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은 "강도적이고 억지부리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꼭 미국을 빼닮은 꼴"이라며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의 책임이 미국에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담화 말미에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고 언급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곽 대표는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기점으로 정면돌파전을 내세우며 내부를 단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김 제1부부장 담화는 북한 내부결속을 다지는 목적도 있다"고 해석했다.

김 제1부부장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인지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인지 아직 관측이 엇갈리지만, 단독으로 담화를 낼 정도로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청와대가 5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남측이)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남녘 동포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고 언급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어제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왔다"며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다"며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감사의 뜻을 담은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보내며 화답했다.
[김정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