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 왜 항소 안했나"…생후7개월 딸 숨지게 한 부부 감형 논란
입력 2020-03-05 16:46  | 수정 2020-03-12 17:05

생후 7개월 딸을 5일간 집에 혼자 방치해 살해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남성이 2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 차례 재판으로 심리를 마무리하며 검찰이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아 감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이준영 최성보 부장판사)는 오늘(5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 부부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피고인들이 혐의를 다투지 않아 재판은 이날 종결됐습니다.

A 씨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A 씨가 뒤늦게나마 피해자가 방치된 상황을 막연하게 인식하고도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며 "공소사실 모두를 아무 부인 없이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다만 A 씨가 이 사건을 계획하거나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아닌 점을 양형에 반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A 씨도 "1심 때는 변호사에게 강변해달라고 말했지만 2심에 와서 결과적으로 모두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A 씨의 아내 B 씨 측은 이날 딸의 사망 시점이 확실하지 않은 만큼 딸이 숨지리라는 것을 전혀 인식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시점은 사건과 큰 관계가 없다며 일축했습니다.

A 씨 부부는 작년 5월 26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5일간 인천시 부평구 아파트에 생후 7개월인 딸 C 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이들 부부가 숨진 딸을 야산에 매장할 의도로 집에 방치한 채 주변에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사체유기죄도 함께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숨지게 할 의도로 내버려 둔 건 아닐지 모르지만 사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은 할 수 있었다"며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며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당시 18세로 미성년자였던 아내 B양에게는 소년법에 따라 장기 징역 15년∼단기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이들의 항소심 형은 1심에 비해 감경될 전망압나다. 검찰은 이들의 1심 형량에 항소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상소한 사건에 원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됩니다.

또 재판부는 이날 "해가 바뀌어 B 씨가 성인이 돼 법리적으로 1심에서 받은 형을 B 씨에게 불이익하게 선고할 수 없다"며 "형은 7년을 넘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성인이 된 B 씨에게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A 씨에 대해서도 "아내 B 씨와 양형을 맞춰야 해 1심에서 선고한 징역 20년형은 대폭 조정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서 항소해야 했는데 실수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3월 26일 오후 항소심 형을 선고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