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근혜 옥중서신에 더 냉정해지는 통합당 지도부
입력 2020-03-05 12:46  | 수정 2020-03-05 15:01
[사진 =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에 야권 각 당이 환영의 뜻을 밝힌 가운데 5일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통합 논의에 보다 차분한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실제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자유공화당의 공천 지분 요구에 일단 선을 그었고,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통합 공천'은 현실성이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자칫 '도로친박(친박근혜)당'으로 비쳐질 경우 공들여온 중도층이나 합리적 보수층의 이탈을 촉발할 수 있다고 염려하는 분위기도 나타난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서신은 자유민주세력의 필승을 염원하는 국민들에게 반가운 선물"이라며 "(서신 내용은) 통합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태극기 세력까지 포함한 '통합 공천' 논의에는 선을 그었다. 황 대표는 "공천에 통합이 있냐"면서 "지금 자유우파가 추진하고 있는 대통합은 지분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원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가 "통합당은 공천 작업을 중단하라"며 친박 세력을 포함해 공천을 새로 시작해달라고 요구한데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다만 황 대표는 "자유우파와 중도까지 포함하는 폭 넓은 통합은 필요하다"면서 통합의 문은 열어뒀다.
김병준 전 위원장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서신은 통합에 대한 적극적 메시지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자세를 요구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 "옥중서신에는 미래통합당을 보고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이야기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전한 '통합'은 자유공화당, 친박 신당 등 태극기 세력의 분열을 겨냥한 것이라는게 김 전 위원장의 분석이다. 그는 "(자유공화당, 친박 신당 등) 새로운 창당이 이뤄지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서 야권 분열을 일으키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통합 공천' 가능성도 일축했다. 그는 "사실상 공천 심사는 다 끝나고 발표만 남았다"며 "이런 시점에서 실질적으로 자리를 나누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공관위가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서 입을 댈 일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통합의 전제가 훼손되는게 아니냐는 우려에는 "박 전 대통령도 그런 부분에 대한 충분한 걱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래서 더더욱 통합 메시지를 소극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수통합 3원칙'을 제시하며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요구한 유승민 의원은 입장문을 내지 않은 상태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 2월 한국당과 신설합당을 제안할 때 "공천권·지분·당직 요구를 일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때문에 지유공화당이나 친박 신당 등의 태극기세력이 이제와서 공천지분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많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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