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①] 김초희 감독 "`찬실이는 복도 많지` 절박하게 썼죠"
입력 2020-03-05 07:01 
김초희 감독이 첫 장편 데뷔작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제공|우상희 스튜디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단편영화 ‘겨울의 피아니스트(2011), ‘우리순이(2013), ‘산나물 처녀(2016)로 주목받은 김초희 감독이 장편 데뷔작 ‘찬실이는 복도 많지로 스크린을 두드린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인생 최대의 위기, 극복은 셀프 행복은 덤 씩씩하고 ‘복 많은 찬실이의 현생 극복기를 담았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영화 프로듀서로 일했던 김초희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초희 감독은 4년 전 일을 그만두게 됐다. 쉬면서 정말 영화를 그만둘까, 계속할까를 고민하던 시점이었다. 마음에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직업적인 이력이 그렇고, 자전적인 이야기를 모티브로 가져오니까 100% 제 이야기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지만, 가공된 이야기가 반 이상이 넘는다. 극 중 박 대표 같은 사람을 만난 적도 없고, 그런 연하남을 만난 적도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할 일이 없다는 건 생계랑 직결되는 큰 위기죠.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는 없을까, 이건 나만의 문제일까 싶더라고요.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사람들에게는 보편적인 일이다 싶었고, 이런 이야기를 써봐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 중에 지방 사람도 많잖아요. 일하다가 결혼한 분들도 많지만, 혼기를 놓친 미혼 여성도 많고요. 그런 사람들의 성장기를 그렸어요. 어른이지만, 어른이 덜된 사람이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담았죠.”
김초희 감독이 아직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 강말금을 찬실이로 내세운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찬실이는 복도 많지` 포스터

김초희 감독은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영화로 완성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감독이 되고 싶다는 열망과 절박함으로 글을 썼다”고 말했다.
개봉 전부터 포털사이트에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명대사가 연관검색어에 떠 있을 정도. 이는 먼저 영화를 본 관객들이 대사를 곱씹기 위해 검색한 결과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한국영화감독조합상,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수상에 빛난다.
김초희 감독은 ‘명대사를 노리고 글을 쓰지 않았지만, 보편적이면서도 고유한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대사를 쓰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초고는 한 달 반 만에 썼으나, 몇 번씩 시나리오를 수정하며 지금 버전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완성했다. 그는 고치고 또 고치고 1년 정도 고쳤다. 지금 버전의 등장인물과 모티브는 같으나 이야기 전개 방식이 다르게 쓴 것도 있다”고 귀띔했다.

빛날 찬(璨), 열매 실(實)이라는 이름의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찬실이는 배우 강말금이 연기했다. 김초희 감독은 단편영화 ‘자유연기 속 강말금에게서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모르는 얼굴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배우랑 친한 프로듀서로 나오는데, 우리가 아는 배우와 배우가 만나면 진정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더라. 고민이 많았는데, 촬영이 임박할 때 확신이 있었다. 연기 잘하는 배우를 찾고 싶었다. 정동진 독립영화제를 갔다가 ‘자유연기를 봤다. 그 영화 속 강말금은 찬실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인데, 안톤 체홉의 ‘갈매기 대사를 하는 강말금의 모습에서 찬실이를 봤다”고 설명했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의 간절함을 봤어요. 그게 찬실이와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정성이 느껴지더라고요. 계속 얼굴이 떠오르면 캐스팅 제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울로 올라왔는데 그 얼굴이 잊히지 않더라고요. 연락처를 구해서 메일을 보내고 만났죠. 직접 만나보니 부산 출신이더라고요. 그래서 대사도 사투리로 고치고 친근함을 더하려고 했어요.(웃음)”
김초희 감독이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제목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제공|우상희 스튜디오

‘찬실이는 복도 많지라는 제목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김초희 감독은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제목도 있었고, ‘눈물이 방울방울이라는 제목도 있었다. 객관적으로 내 작품을 보긴 힘들지만, 편집을 다 끝내고 거리를 갖고 보려고 했다. 시나리오 쓸 때도 몰랐는데, 찬실이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람이 살아가면서 관계 맺고 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도 찬실이의 복이다”고 제목의 의미를 소개했다.
김 감독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다 좌절한다. 위기와 굴곡을 만난다. 그 시기를 잘 보내면 사람이 성장하지 않나. 성장하는 것도 기쁨이고 행복이다. 목표를 이룬 성취의 기쁨도 있지만, 그건 발화되는 기쁨이다. 하지만 지난한 시간을 견디며 성장하는 기쁨은 지속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위기를 맞는 찬실이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꿈을 가지고 달려가는 사람들도 훌륭하고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인터뷰②에 계속)
skyb184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