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직장인들, 9시부터 시작하는 마스크 대기줄에 '울상'
입력 2020-03-04 11:48  | 수정 2020-03-11 12:05

"오전 9시까지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데, 업무시간에 어떻게 줄을 서요. 회사에 휴가를 내지 않는 이상 직장인이 농협 마트에서 마스크 사는 것은 불가능하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농협 하나로마트, 우체국 등에 마스크 물량을 유통하면서 이들 공적 판매처는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로 매일 아침 북새통을 이루고 있습니다.

마스크 수요가 많다 보니 공적 판매처는 한 명당 개수 제한을 두고 선착순으로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직장인들은 공적 판매처를 사실상 이용할 수 없다며 울상입니다.

오늘(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 앞 인도에는 오전 6시 30분쯤부터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해 영업이 시작되는 오전 10시에는 수백명이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이날 판매 예정인 마스크 물량은 630장으로, 한 사람당 세 장씩 총 210명이 구매할 수 있습니다. 번호표는 오전 중 배부하고, 실제 마스크 판매는 오후 2시에 시작합니다. 이 마트에서 마스크 공적 물량을 공급받아 팔기 시작한 이래로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된 풍경입니다.


하지만 업무로 회사에 발이 묶인 직장인은 한숨만 내쉽니다.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29살 김 모 씨는 "정부가 마스크 물량을 확보해서 판매한다길래 '이제 마스크 구하기가 수월해지겠구나' 생각했는데, 농협 마트에서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았다"고 한탄했습니다.

그는 "주변에서는 어머니나 동생이 대신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혼자 자취하는 사람들에겐 해당이 없다"며 "이전처럼 인터넷을 뒤지며 마스크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경기 화성 소재 중소기업에 다니는 30살 성 모 씨도 "사람들이 오전 9시부터 (공적 판매처에서) 기다리다가 마스크를 산다는데, 직장인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성씨는 "한번은 오후 2시까지 우체국에 오면 마스크를 살 수 있다고 공지가 와서 차를 타고 멀리까지 갔는데, 도착해보니 오전 11시에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며 "근처에 있는 하나로마트도 가봤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고 토로했습니다.

일부에선 현장 대기, 선착순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적 판매처 마스크 판매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직장인 27살 오 모 씨는 "마스크 물량이 농협 마트를 중심으로 소수 판매처에 집중되다 보니 긴 대기 줄이 생기는데, 판매처를 다양화해 물량을 분산시켜야 한다"며 "주민센터에서 마스크를 구매해 일괄적으로 분배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26살 이 모 씨는 "현재 공적 판매처는 접근성이 좋지 않다"며 "판매 시간대를 조정하거나 판매처를 다양화해 직장인들도 공적 판매처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