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성희發 농협 인사태풍…이대훈 행장 사임
입력 2020-03-03 17:50  | 수정 2020-03-03 22:29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지난해 말 '3연임'에 성공한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을 비롯해 농협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사임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취임 이후 농협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인사 태풍이 불 조짐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전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장승현 수석부행장이 행장 직무 대행을 맡는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은행장의 통상적 임기인 2년을 다 채운 만큼 용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이르면 4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행장 인선 절차에 들어간다.
농협금융지주 지배구조내부규범에는 임기 만료 외 사유로 행장 자리가 비면 지체없이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초 농협금융 임추위는 오는 6일 열릴 예정이었다. 사외이사 3명 임기가 이달 말 끝나 새 사외이사 후보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농협금융 임추위에는 이준행·박해식·이기연·이진순 등 사외이사 4명과 사내이사인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이 참여한다. 이 행장 외에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전무이사)과 소성모 농협상호금융 대표, 김원석 농업경제 대표이사, 박규희 조합감사위원장, 이상욱 농민신문사 사장, 김위상 농협대 총장 등 6명도 사의를 밝혔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는 인사추천위원회와 이사회, 농협경제지주는 임추위와 주주총회를 거쳐 새 임원을 이른 시일 내에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임원을 선임하기 전까지 손규삼 농협중앙회 이사가 전무이사와 상호금융 대표를, 임상종 조합감사위원이 조합감사위원장을,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가 농업경제 대표이사 권한을 각각 대행한다.
이들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새로 당선되자 신임 회장 인사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상호금융 대표를 거쳐 은행장을 2년 넘게 한 이 행장은 농협중앙회 내부적으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는 농협은행을 자회사로 둔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협은행은 2012년 농협중앙회에서 분리됐으나 여전히 농협중앙회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해 말 이 행장이 연임한 것이 새 중앙회장 취임에 대비한 지주 이사회 측 포석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2017년 취임한 이 행장은 2년간 농협은행을 맡은 뒤 지난해 말 3연임에도 성공했다. 당초 임기는 올해 12월 말까지였다. 당시 이 행장의 뛰어난 성과가 뒷받침되긴 했으나 만약 새 인물이 행장이 됐는데 이 같은 일이 발생하면 대내외적으로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사회 우려가 담겼다는 것이다.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와 최창수 농협손해보험 대표도 전날 사의를 표명했으나 잔여 임기를 마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는 지난해 말 새로 선임됐고, 홍 대표도 임기 2년째여서다.
이번 일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을 중심으로 농협중앙회가 재편될 전망이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최근 농협금융 비상임이사에 본인의 직전 조합이었던 정재영 낙생농협 조합장을 내정하기도 했다. 비상임이사는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 사이에 가교역할을 하는 자리로 이른바 '실세'로 통한다.
임기를 한 달 반 정도 남긴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회장 임기는 오는 4월 28일까지다. 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보통 '2+1'인 점을 고려하면 연임도 가능하지만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의중이 중요하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다만 금융지주 회장은 통상 외부 인사가 맡아온 점, 은행장이 바뀐 상태에서 회장이 바뀌면 업무 안정성을 해치는 점 등은 변수다.
일각에선 금융사인 농협은행 등이 농협중앙회장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나온다. 안정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금융사 지배구조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찬종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