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번엔 KTB펀드…美당국조사에 환매중단
입력 2020-03-03 17:49  | 수정 2020-03-03 21:35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 1호)에 이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로 환매가 중단된 펀드가 또 나왔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TB자산운용은 미국 TCA자산운용의 모펀드에 재간접투자하는 TCA글로벌크레딧 펀드를 이달 12일 만기를 앞두고 환매 중단한다고 판매사에 통보했다. 미국 SEC가 현지 운용사인 TCA운용의 회계 조작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전체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을 선언하자 자금이 묶인 탓이다. SEC는 2000억원 규모인 해당 모펀드에 대해 지급정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는 소상공인 대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 지난해 8월 판매 개시되어 국내에서는 100억원가량이 판매됐다.
TCA운용은 유동성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에 대출을 제공해 이자 수익을 올리는 플로리다 기반 신용펀드 전문 글로벌 운용사다. 이 회사는 대출 기업 파산으로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수수료 수익을 과다 계상하는 등 회계 장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SEC 조사를 촉발한 것은 TCA운용 직원들의 내부고발이었다. TCA운용 직원들은 지난 1월 말 "회사가 회계 조작을 통해 자산 규모와 수익률을 부풀리고 있다"며 미국 SEC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투자자에게 제공된 정보와 달리 TCA 자산 규모는 5억달러(약 6000억원)가 아닌 3억달러(약 3600억원) 수준이고, 연 수익률도 7~8%가 아닌 1.92%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7년 이후 회계 장부를 조작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TCA운용은 1월 말 내부고발자 폭로 이후 투자자들의 환매 신청이 이어지자 유동성 문제를 이유로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해 말엔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인 플루토 TF 1호에 투자된 글로벌 무역금융 헤지펀드인 IIG가 기준가 조작으로 SEC 조사를 받으며 운용사 등록이 취소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 잠정 환매 중단됐던 플루토 TF 1호는 사실상 IIG 투자분에 대해서는 전액 원금 손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에 이어 미국 SEC 조사로 환매 중지된 펀드가 또다시 나오면서 글로벌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 가입자들은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TCA글로벌크레딧 펀드는 SEC가 내부고발자의 일방적 주장을 검토하는 단계에서도 환매 정지했기 때문이다. 폰지 사기가 있는 라임 무역 펀드처럼 중대한 혐의가 없는 펀드라도 SEC의 조사로 인해 일시적으로 돈이 묶일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 TCA글로벌크레딧펀드에 대해 "해외투자팀에서 TCA운용의 과거 우수한 트랙레코드를 참고해 재간접펀드를 만들었다"며 "단기간에도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펀드로 투자자들에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판매사인 모 증권사는 이번 환매 중단 사태는 모펀드의 회계 처리 위반 관련 의혹에 따른 것이며, 최근 문제가 된 '불완전 판매'와 관련된 이슈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계자는 "상품 판매 시 투자 위험성 설명 등 불완전 판매와 관련된 문제는 없었다"면서 "이달 상품 만기가 돌아와 이미 지난해 말 환매 요청을 해놓은 상태고 SEC 조사 결과에 따라 정상 환매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TCA운용은 향후 미국 SEC 조사 결과에 따라 분식회계 혐의가 인정되면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또 투자자 환매 요청이 빗발치면서 운용사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상황이라 자금 상환이 더욱 요원하다는 분석이다.
[김제림 기자 / 박재영 기자 /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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