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로나19 확산에 불안한 기저질환자들 "하루하루가 공포"
입력 2020-03-03 07:38  | 수정 2020-03-10 08:05

서울의 한 대학 교직원 54살 강 모 씨는 약물 부작용 환자입니다. 인체 안전검사를 거친 약물에도 부작용이 나타나 감기약도 먹지 못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커지면서 극심한 불안감을 느낀 김 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저 같은 약물 부작용을 겪는 사람들은 진단서를 제출하면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조치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 달 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사태에 관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의약품 부작용 환자에 대해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이후 어떤 연락이나 조치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면역질환, 약물 부작용, 천식 등 기저질환을 앓는 이들이 코로나19에 큰 불안감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건강한 사람에 비해 사망할 확률이 높지만, 이같은 취약점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매우 부족하다고 당사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최근 강남의 한 대학병원에 진료받으러 간 28살 A 씨는 평소 앓고 있던 천식 때문에 기침을 몇 번 했습니다. 이 모습을 본 병원 관계자가 "진료를 받으려면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부터 받으라"고 해 진료 비용을 결제하게 했습니다. A 씨는 1시간을 기다려 문진표를 작성한 뒤에야 예정됐던 진료를 볼 수 있었습니다.

A 씨는 오늘(3일) "확인 절차도 없이 기침 몇 번 했다고 천식 환자를 선별진료소로 보내는 경우가 어디 있나"라며 "검사를 받지 않으면 진료를 못 받는다고 해 어쩔 수 없이 2만여원의 비용을 냈는데 문진표만 작성했다. 혹시라도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가 옮을까 너무 불안했다"고 말했습니다.


온라인에는 이러한 기저질환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며 올린 글이 많습니다. 이들 중엔 자가면역질환으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탓에 신종 바이러스 감염이 한층 더 두렵지만, 별다른 대책도 없어 지금처럼 조심하며 사회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우려하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자가면역질환으로 면역억제제를 먹고 있다는 한 환자는 "저 같은 사람은 코로나 걸리면 죽는 거겠죠? 학생이라 개강하면 학교에 가야 하는데 너무 불안합니다"라고 썼습니다.

장기기증을 받아 면역억제제를 복용한다는 한 취업준비생은 "코로나19에 걸려 죽기 싫은데 그렇다고 시험을 안 볼 수도 없다"며 "나 같은 사람은 시험을 볼 때 격리해서 보게 해 달라고 인사혁신처에 민원을 넣었는데 조치가 될지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글에는 "면역억제제 처방 중에는 병원균 감염에 극도로 민감한 상태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한 사람도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코로나19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답변도 달렸습니다.

이들은 "코로나19에 걸려 입원하는 악몽을 꾸고 하루하루가 공포"라며 불안을 호소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도 재택근무 등 이들을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저질환자들에게는 코로나19가 일반인보다 훨씬 위험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은 이들이 의료기록을 제출하면 재택근무가 가능하게 하는 등 관련 규정을 만들 필요 있다"고 말했습니다.

배귀희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로 출석을 대체한다든지, 시험을 격리 상태에서 볼 수 있게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생명과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정부 기관에 공식적으로 요청해 기관에서 인지했을 때 최대한 빨리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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