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 약국 31곳 돌아다녀도 `정부 마스크` 파는 곳은 `0`
입력 2020-02-28 16:11 
마스크 품절 [사진 = 연합뉴스]

"어제(27일) 저녁부터 앵무새처럼 '마스크 없어요'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식약처가 전국 2만4000개 약국을 공적 판매처로 지정해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28일 오전 10시. 서울시 중구 A 약국 앞에는 '현재 뉴스에 나오는 정부공급 KF방역마스크는 아직 약국에 공급되지 않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약국 약사 김 모씨는 "우리도 언제, 몇개쯤 마스크가 들어올지 모른다"며 "아침부터 계속되는 전화와 방문 문의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판매를 개시한 지방 우체국에서는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문을 열자마자 물건이 동나 여전히 공급 부족사태가 이어졌다.
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매일경제가 방문한 중구·영등포구·성동구·강남구 일대 약국 31곳 중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곳은 한 곳도 찾을 수 없었다. 이전에 공급받은 마스크를 판매하는 곳은 총 5곳이었으나 대부분 장당 3000원~4000원대의 고가에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었다. 대다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일러도 3월부터 공적 마스크가 판매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중구 B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김 모씨는 "공적마스크 유통사로 결정된 지오영, 백제약품과 원래 거래를 하지 않던 약국들은 27일 저녁에야 사업자등록증을 대학약사협회에 보냈다"며 "수백만장의 마스크를 한꺼번에 유통하려면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이번주 중에는 마스크가 들어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제조업체 C사는 "26일 공적 판매처 조치 이후 식약처에서 공문이 내려오긴 했는데, 제조업체들과 조율된 내용이 아니다보니 현장 혼란이 심했다"며 "그마저도 공지하는 내용이 혼선이 너무 많아 28일에서야 대구·경북 지역에 보내는 물량이 출고됐다"고 27일 말했다.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공적 판매처로 제조사들의 마스크 공급이 집중되면서 편의점 등 일반 유통채널에서는 마스크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같은 날 서울 강남구·동작구·영등포구에서 들른 편의점 11곳에서 마스크를 판매하는 곳은 1군데밖에 없었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27일부터 업계에 판매되는 마스크 물량은 20~5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같은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대구·청도지역에 이어 오후 2시부터 전국 읍·면 1400여개 우체국에서도 마스크 판매에 돌입했다. 전날 대구·청도지역 우체국에 15만개 마스크가 공급된 데 이어 이날 대구·청도 지역을 포함해 전국 읍·면 우체국에는 55만개의 마스크가 공급됐다. 하지만 오전부터 선착순 대기 줄이 오전부터 길게 늘어서 조기에 물량이 동나는 등 '공급부족' 현상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오후2시 판매가 시작되기도 전에 오전부터 우체국 앞에 대기해 '선착순' 번호표를 배부받고 정작 오후 2시 판매는 시작하자마자 물량이 동나는 경우도 나왔다. 우체국 판매수량은 1인당 5매로 제한된다. 가격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마진없이 1000원 이하 800원 가격대로 판매중이다. 제주 지역은 이날 오후 5시부터 판매를 시작했고 도서 지역은 수량이 도착하는대로 순차적으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오전에만 근무하는 우체국의 경우에는 오전 11시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우정사업본부는 매일 오후 6시경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에서 다음날의 우체국별 마스크 판매계획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향후 수급이 안정되면 우체국 창구 판매와 병행해 온라인 쇼핑몰 판매도 병행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우체국은 코로나 특별관리지역과 약국 등에 접근성이 떨어져 마스크 구매가 어려운 읍·면 지역 판매를 맡고 있다.
[김기정 기자 / 신찬옥 기자 / 강인선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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