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인 아니지만…"우리도 K팝밴드"
입력 2020-02-28 11:43 
한국 엔터회사가 프로듀싱한 필리핀 'K팝' 밴드 'SB19'.

전 세계 소셜미디어 인기의 척도인 미국 빌보드의 '소셜 50' 차트에 낯선 보이밴드가 이름을 올렸다. 필리핀 아이돌 그룹 'SB19'이 주인공이다. 그룹은 지난해 12월 28위로 첫 이름을 올린 뒤, 15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총 8주간 소셜미디어의 강자로 떠올랐다. 'SB19'은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필리핀 가수다.
'SB19'이 좀 더 특별한 이유는 한국식 트레이닝으로 사사한 최초 필리핀 'K팝' 아이돌이어서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 '쇼비티'는 약 2년동안 한국식 아이돌 육성방법으로 필리핀 5인조 보이밴드를 데뷔시켰다. 옷차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은 영락없는 한국 아이돌 그룹이고, 노래 가사에는 한국어를 담아 K팝 그룹임을 공개적으로 표방한다.
다양한 콘텐츠로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SB19'은 유튜브 영상을 활용한다. 지난 2018년 데뷔한 필리핀 아이돌이 전 세계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반응을 얻은 이유다. 한국의 K팝이 전 세계적 인기로 화제를 모으면서 'SB19'도 글로벌 한류 열풍에 올라탔다. 빌보드는 'SB19'을 두고 "주요 음악 사이트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거두고 있는 그룹"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SB19은 필리핀에서 가장 인기있는 보이그룹 중 하나로 떠올랐다. 'K팝'식 육성 전략이 외국인 중심 아이돌 그룹에도 효과를 발휘한 첫 사례인 셈이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K팝의 세계적인 인기로 한국식 육성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 RBW가 카카오M과 협업해 만든 베트남 아이돌 그룹 `다이버스`. 멤버 5명 모두 K팝 트레이닝을 받은 베트남인이다. [사진 제공 = RBW]
걸그룹 마마무의 기획사인 RBW와 음악 플랫폼 운영사인 카카오M은 베트남인으로만 구성된 아이돌 그룹 '다이버스'를 27일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VTV9에서 방영된 서바이벌 리얼리티 방송 '위 윌 데뷔(We Will Debut)'을 통해 첫 선을 보였고, 데뷔까지 성공했다. 5명의 정예 멤버로 구성된 다이버스는 K팝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해 훈련 받았다. 한국 K팝을 접목한 첫 번째 베트남 아이돌이다.
한국식 아이돌 육성 전략이 해외로 수출된 건 이번이 첫 사례는 아니다. 일본·중국에서는 이미 한국식으로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려는 행보가 활발하다. 태권도·양궁처럼 한국식 육성 시스템이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표방한 사례가 많다. 엠넷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의 판권은 정식으로 중국과 일본에 팔린 뒤 현지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방영됐다. 중국판은 공식명칭 '창조 101'로 동영상 시청 수가 47억 6000만을 기록하며 '초대박' 신화를 썼다. 일본판인 '프로듀스 원오원 재팬'은 지난해 12월 공식 방송을 마쳤고, 3월 4일 'JO1'이란 이름으로 공식 데뷔한다.
엠넷 프로듀스 시리즈의 일본판 프로그램을 통해 다음달 정식 데뷔하는 'JO1'.
최근에는 JYP 엔터테인먼트의 행보도 발빠르다. JYP는 소니뮤직과 협업해 걸그룹을 선발하는 글로벌 오디션 '니지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참가자는 일본 8개 도시와 미국 2개 도시에서 선발한다. '일본어 능통'을 조건으로 달아 한국 'K팝'식으로 제작된 일본 걸그룹을 선 보이겠다는 기획이다. 지난해 초 박진영 프로듀서는 "1단계 'K팝'이 한국 콘텐츠를 수출하고, 2단계가 해외 인재를 발굴해 한국 아티스트와 혼합하는 것이었다면 다음 단계는 해외에서 직접 인재를 육성해 프로듀싱하는 것"이라며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트와이스로 보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SM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미국 기업과의 합작을 통한 프로듀싱 작업에 나선만큼 선진 팝 시장인 미국에서 현지인으로 구성된 'K팝' 그룹이 나올 수 있는지도 주목된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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